소비침체에…'가전 명가' LG전자 실적 부진

작년 4분기 영업익 '추정치 절반'
연간 매출 84조…3년째 최대
삼성전자도 기대 못 미칠 듯
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4분기 영업이익은 312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적 발표 전 증권가 컨센서스(증권사 실적 추정치 평균)인 6395억원과 비교해 50.8% 적은 수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매출이 23조156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시장 추정치를 1.1% 웃돈 수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0.9% 증가했음에도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한 별도 실적으로 LG전자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이라는 얘기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 22조8957억원, 영업이익 6395억원이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84조2804억원, 영업이익은 3조5485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 늘어난 데 비해 영업이익은 0.1% 줄었다. 작년 1~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덕에 4분기 부진에도 연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측은 “가전 등 소비재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전자장치와 공조 시스템 등 기업 간 거래(B2B) 부문을 빠르게 성장시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증권시장에서도 LG전자의 성장세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LG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06% 오른 9만9100원에 마감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전장 사업이라는 성장 엔진이다.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에 쓰이는 각종 전기·전자 장비 산업의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전자에서 전장 사업을 맡은 VS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 잔액은 100조원에 육박한다. 4분기에만 영업이익이 700억~8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삼성전자도 9일 2023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2조4300억원)보다 많지만 컨센서스인 3조700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