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에 밀려…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초읽기

12월 국회서 유예 물 건너가

與野 대립에 2+2 협의체 스톱
당장 27일부터 시행될 위기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등 표류

쌍특검법 재표결 미루려는 野
1월 국회서도 협상 난항 예상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김병언 기자
9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대형마트의 휴일 온라인 배송 허용,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완화 등 민생법안 처리가 좌절됐다.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수뇌부가 ‘2+2 협의체’까지 꾸렸지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8일까지 빈손으로 끝났다. 양당 지도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정치 현안에 집중하느라 정작 시급한 법안 처리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27일 시행되나

당장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공사)에 대한 중대재해법은 오는 27일부터 유예 없이 그대로 시행될 위기에 처했다. 중대재해법 적용 시기를 당초 예정된 올해 1월 27일에서 2026년 1월 27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12월 마지막 임시국회까지 처리되지 못해서다.여야는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통해 네 차례 협의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재해 예방대책 및 예산 마련 등이 전제돼야 합의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산업현장에 불러올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준비되지 않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처벌이 집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소규모 기업은 대표가 경영과 업무, 안전 보건 등을 모두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가 처벌 대상이 되면 기업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근로자는 대거 실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철강·건설·시멘트·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쳐 파장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통법·고준위법도 지지부진

2+2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던 쟁점 법안 중 여야 합의가 이뤄진 건 사실상 우주항공청 특별법뿐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 과제인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반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시간 중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은 불발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 규제 혁파도 막혔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 같은 경제 법안 논의도 소관 상임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협상의 실마리 역할을 해야 할 2+2 협의체는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6일 출범 이후 매주 회의를 했지만 이마저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사태로 중단됐다.

쌍특검 신경전에 처리 ‘안갯속’

여야는 15일부터 1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본회의는 25일과 다음달 1일 열린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은 25일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27일부터 그대로 시행된다.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로 돌아온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의 재표결 시기를 둘러싸고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재표결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25일 민생법안과 묶어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당에 악재인 쌍특검법의 재표결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쟁점 법안 협상에 미온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설지연/배성수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