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그림자금융' 중즈그룹 신속 파산 처리 나선 까닭은

"中당국, 부동산개발 기업 유동성 위기 번지지 않도록 차단"…최고위층 의중인 듯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 상징 중즈(中植)그룹을 신속하게 파산 처리에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보도했다. 중즈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확인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작년 10월부터 손을 쓰기 시작한 중국 당국이 사실상 지난달 파산을 결정했으며, 이런 배경에서 지난 5일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이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는 수년이 걸렸던 하이난항공(HNA)그룹 유동성 위기 해결과는 판이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지난 2020년 유동성 위기에 휩싸였던 HNA그룹은 2021년 1월 당시 1조1천억 위안(약 201조7천억원)에 달하는 총부채를 안고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으며, 채권단은 같은 해 10월 국유기업 전략 투자 차원에서 4개의 별도 회사로 분리 결정을 했고, 법원은 이를 승인해 회생의 길을 열어줬다. 이 과정에서 HNA 채권자들은 엄청난 손해를 봤고 중국 정부 출혈도 컸지만, 그걸 감수했다.

사실 중국 거대 기업의 경우 공식적인 파산을 피하면서 구조 조정 절차를 살아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중즈그룹 사례에선 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파산 처리에 속전속결로 나섰다고 분석한다.

채무불이행에 직면한 헝다와 비구이위안 등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그림자 금융'으로 확산할 수 있어 발 빠른 대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소위 신탁산업으로 언급되는 그림자금융은 전통적인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비(非)은행 금융기관들을 말하며, 중국 내에선 중즈그룹이 그림자그룹의 대명사로 불렸다. 주로 부동산 개발 기업의 돈 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중국 당국의 부동산 분야에 대한 단속 강화로 재작년 말 헝다가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뒤 부동산 개발 기업 등에 유동성 위기로 번졌고, 비구이위안도 이에 휘말렸다.

이런 부동산 시장 위기는 돈을 빌려준 금융 기업들의 위기로 이어졌다.

외신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룽신탁 등 중즈그룹 산하 4대 자산관리회사가 투자금 지급을 연기하면서 이들 모두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이어 작년 11월 중즈그룹은 "심각한 초과 채무 상태로 인해 중대한 경영 리스크에 직면했다"며 지급 불능을 선언하는 처지가 됐고, 이에 중국 당국은 빠르게 파산 처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지도자들이 중즈그룹에 대해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을 추진했다"면서 "이는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당국이 금융 위험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짚었다.

이 통신은 중즈그룹 부실 조사는 국무원 직속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주도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당·국가 기구 조직 개편을 통해 출범한 이 기관은 사실상 공산당의 관리·감독을 받는 중국 내 금융 사령탑이다.

이로 볼 때 이번 중즈그룹 신속 파산 처리가 시진핑 국가 주석 등 최고위층의 의중이 담긴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법원 측은 성명을 통해 중즈그룹의 부채 상환 능력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성기에 1조위안(약 183조원)을 자산을 보유했던 중즈그룹이 투자자들에게 최대 560억달러(약 73조6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길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