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레슬링, 파리 올림픽 앞두고 몸살…대표팀 감독 선임 잡음

해임된 A 전 감독,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
최근 참가한 국제대회마다 저조한 성적을 낸 한국 레슬링이 대표팀 지도자 교체 과정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대한레슬링협회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A 전 대표팀 감독은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도자 계약 기간이 남아있는데 해임 통보를 받았다"라며 "해임 과정과 신임 지도자 선임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A 전 감독은 서울동부지법에 협회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보전 가처분 신청을 해 법정 싸움까지 시작했다.

레슬링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고, 지난해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 2개를 따내는 데 그쳤다.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도 못 딴 건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57년 만이었다.

협회는 항저우 대회가 끝난 뒤 대표팀 종목별 감독 세 명에 대한 중간 평가를 실시했고, 계약기간이 남아 있던 세 명을 모두 해임했다. 협회 관계자는 "계약서 내용엔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평가를 해 재신임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갔기에 계약 해지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협회는 신임 지도자 선임 과정에서 해임 조처됐던 기존 지도자 한 명을 재선발했다.

A 전 감독은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지도자를 교체한다면 감독 3명을 전원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협회 반대편 인사를 내몰기 위한 조처로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객관적인 평가 지표에 따라 선발한 것"이라며 "선임 과정에선 문제가 없었다"고 A 전 감독의 주장에 반박했다.

A 전 감독은 이번 인사 조처를 파벌 싸움의 연장선으로 의심한다.

레슬링계는 오랜 기간 파벌 싸움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에 열린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선거에선 법적 싸움이 벌어졌고, 새 지도부는 전임 지도부 체제에서 선임된 A 전 감독에게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A 전 감독은 당시 법적 싸움을 벌여 대표팀 지도자 자격을 회복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대표팀을 지휘했다.

레슬링계의 내부 다툼은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약 6개월 남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레슬링은 내부 봉합에 실패한 사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레슬링은 지난해 말 대한체육회 훈련지원 등급 분류에서 주요 종목 자격을 잃었다.

G1 종목으로 분류됐던 레슬링은 G2 종목으로 떨어져 대한체육회가 지원하는 국가대표 지도자 정원이 기존 8명에서 6명으로 줄었고, 진천선수촌 입촌 선수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레슬링 대표팀은 당장 4월에 열리는 아시아 대륙 올림픽 예선, 5월에 진행되는 세계 올림픽 예선 대회에서 파리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도전해야 한다. 레슬링 대표팀은 아직 단 한 장의 올림픽 출전 티켓도 확보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