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15시간만 일하는 시대"…AI 시대 ESG 프레임도 바뀐다 [박동휘의 산업경영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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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경제신문에서 ESG부를 이끌며 주요 산업을 취재하는 박동휘 팀장(산업부 차장)입니다. 앞으로 <박동휘의 산업경영 리포트>라는 문패로 국내외 격전의 산업 현장에 관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첫 출발인 만큼 오늘은 다소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핵심 키워드는 ‘다시 ESG’, 그리고 ‘인공지능(AI)’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ESG는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단순히 돈이 되는 산업과 기업에만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ESG는 연기금과 그들이 출자한 지속가능펀드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규범입니다. 태생에서부터 ESG는 외생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ESG를 외부에서 부과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규칙으로만 바라봐선 선제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테크놀로지의 진화와 함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시스템 전반에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치고 있으니까요.
AI 이슈는 기업의 당면 과제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AI가 기업 활동 전반에 적용되면 대량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AI와 일자리의 관계에 대해선 논쟁이 분분합니다. 폴 크루그먼 같은 경제학자는 AI로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주장합니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다면, AI 덕분에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있을 겁니다.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가상의 법인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직접 의사 결정을 하는 CEO 등 경영진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기업이라면 합리적인 AI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트럼프-바이든의 첫 번째 대결이 펼쳐졌던 지난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러시아의 모략적 개입의 통로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은 기업 가치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AI를 활용한 가짜 뉴스 역시 기업이 늘 신경 써야 할 지뢰밭입니다. AI를 악용한 이들이 심어 놓은 악성 코드를 거르지 못하고 마케팅 등에 활용할 경우 이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의 손해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ESG에 AI가 결합한 ‘ESG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2030년을 예측한 건데, 다들 아시다시피 6년 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케인스가 말하려고 했던 바는 분명합니다. AI와 로봇 산업이 만들어 낼 미래는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에 향유했던 삶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점 말입니다.
월가 점거 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아나키스트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번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수많은 이들이 ‘불시트 잡스(Bullshit Jobs)’, 다시 말해 아무래도 좋은 헛된 일에 종사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 만연한 관료제적 시스템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 헛된 일 종사자로 삶을 끝내지 않으려면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시대에 현실로 다가온 수많은 딜레마적 난제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AI를 활용해 어떤 혁신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기업 스스로 평생 학습자가 되지 않고선 불가능합니다. AI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결국 기업 ESG의 핵심으로 부상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자본주의는 최악 중 최선의 시스템"
ESG는 ‘자본주의는 지속가능한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했습니다. 질문 형태의 화두이긴 합니다만, 사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자본주의 이외의 대안은 없으며,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기술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는 스스로 비판받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주의는 비판조차 겸허히 받아들이며 자기변호를 이끌어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이라는 통찰입니다. 요즘의 지식인들은 자본주의를 “최악의 시스템 중 최선의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슘페터의 통찰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ESG는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단순히 돈이 되는 산업과 기업에만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산업과 기업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ESG는 연기금과 그들이 출자한 지속가능펀드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규범입니다. 태생에서부터 ESG는 외생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ESG를 외부에서 부과한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규칙으로만 바라봐선 선제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테크놀로지의 진화와 함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시스템 전반에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치고 있으니까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평생학습자 아니면 생존 어려워
<세계는 평평하다> 등의 저서로 퓰리처상을 여러 차례 받은 토머스 프리드먼은 수많은 연결로 평평해진 세상은 이제 가속 사회로 진입했다고 말합니다.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생성형 AI 기술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AI를 활용할 줄 아는 자와 모르는 이들로 세상이 나뉠 것이란 얘기도 들립니다. 이른바 ‘평균의 종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AI 이슈는 기업의 당면 과제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AI가 기업 활동 전반에 적용되면 대량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AI와 일자리의 관계에 대해선 논쟁이 분분합니다. 폴 크루그먼 같은 경제학자는 AI로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주장합니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있다면, AI 덕분에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있을 겁니다.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가상의 법인체가 아니라 그 속에서 직접 의사 결정을 하는 CEO 등 경영진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유통하는 기업이라면 합리적인 AI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트럼프-바이든의 첫 번째 대결이 펼쳐졌던 지난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러시아의 모략적 개입의 통로로 지목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은 기업 가치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상한 AI를 활용한 가짜 뉴스 역시 기업이 늘 신경 써야 할 지뢰밭입니다. AI를 악용한 이들이 심어 놓은 악성 코드를 거르지 못하고 마케팅 등에 활용할 경우 이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의 손해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ESG에 AI가 결합한 ‘ESGA’라는 신조어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AI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ESG의 핵심
요즘 미국에선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이론이 재조명받고 있다고 합니다. 케인스가 그의 역작인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출판하기 이전인 1930년, 그러니까 케인스가 아직 그의 이론을 정립하기 이전이긴 합니다만, 케인스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기술이 진보해 100년 후에는 1주일에 15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이죠.2030년을 예측한 건데, 다들 아시다시피 6년 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케인스가 말하려고 했던 바는 분명합니다. AI와 로봇 산업이 만들어 낼 미래는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에 향유했던 삶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점 말입니다.
월가 점거 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아나키스트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번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수많은 이들이 ‘불시트 잡스(Bullshit Jobs)’, 다시 말해 아무래도 좋은 헛된 일에 종사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에 만연한 관료제적 시스템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 헛된 일 종사자로 삶을 끝내지 않으려면 평생 학습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시대에 현실로 다가온 수많은 딜레마적 난제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AI를 활용해 어떤 혁신을 단행할 수 있을지는 기업 스스로 평생 학습자가 되지 않고선 불가능합니다. AI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결국 기업 ESG의 핵심으로 부상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