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문화와 건축기술 결정판… 책으로 ‘성당’ 여행 떠나볼까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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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출신 신부님이 들려주는 중세 성당 이야기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 나라를 가든 중요한 관광지 중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성당'이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살아온 중세 유럽인들에게 성당은 삶의 중심이었고 문화와 과학의 정수였다.
<고딕 성당, 거룩한 신비의 빛>은 천주교 의정부교구 소속 사제인 강한수 신부가 교구 주보에 3년여에 걸쳐 연재해 온 '성당 이야기' 원고를 엮은 책이다. 저자의 전작인 <로마네스크 성당, 빛이 머무는 곳>의 후속편이자 중세 유럽 성당 전체를 아우르는 완결편이기도 하다.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신학대학에 들어가기 전 서울대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국내외 건축현장에서 일했다. 이후 가톨릭대와 로마 그레고리아노대에서 공부하며 건축과 신학의 관계를 탐구했다. 중세 성당 건축에 스며들어 있는 신학적 배경과 건축공학, 역사, 철학 등을 해석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 책은 고딕 성당의 긴 여행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한 마을 레세에 있는 삼위일체 수도원 성당에서 시작한다.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고딕 양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으면서 고딕의 태동을 상징하는 성당이기 때문이다. 고딕 성당은 이전의 로마네스크 성당보다 웅장하고 수직성을 강조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기둥이 훨씬 더 날렵해지고 창은 넓어졌다. 높게 솟은 첨탑은 하느님을 향한 종교적 열망을 나타내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부로 풍부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은 포인티드 아치(첨두아치)와 리브 그로인 볼트(늑재 교차 궁륭), 플라잉 버트레스(공중 버팀벽) 등 고딕 성당을 상징하는 세 가지 건축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고딕 양식 건축의 발전을 주도한 국가는 프랑스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거쳐 샤르트르 대성당에 이르며 고딕 성당 건축은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랭스 대성당과 아미엥 대성당에 이르러 완성됐다. 프랑스의 고딕 양식이 이웃 국가에 전파되고 각 지역성을 반영한 양식으로 변주되면서 유럽의 고딕 양식은 다채로운 모습으로 발전했다. 영국의 솔즈베리 대성당,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 독일의 쾰른 대성당 등이 대표적이다.
신학과 건축의 관점이 융합된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웅장한 중세 유럽의 고딕 성당들이 왜 이렇게 지어졌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외부와 내부 구조의 원리가 무엇인지, 천장은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등 하나하나의 의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글과 함께 유럽 각국의 다양한 성당 사진이 편집돼 있어 마치 여행 가이드북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물론 복잡한 고딕 건축 양식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천천히, 여러 번 읽다 보면 언젠가 떠날 유럽 여행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