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서 '근로시간 개편' 논의 급물살 탈 듯

대법 '연장근로 주 단위 판단'에
위기감 느낀 노동계 입장 선회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일부 업종·직종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 개편이 의제화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던 노동계가 최근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입장을 사실상 바꿨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말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 위반 여부를 ‘1일 8시간 초과’가 아니라 ‘1주 40시간 초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매주 열리는 노사정 부대표자 정례회의를 통해 다음달 설 명절 전까지 노동개혁 안건 의제화를 확정할 예정이다. 특히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경사노위에서 의제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정부는 작년 3월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쉴 때 충분히 쉬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며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보완을 지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민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올해 상반기 주 52시간제 틀은 유지하되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유연화하는 새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때마침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구체적인 ‘업종·직종’ 등 세부 내용은 경사노위에서 구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근로시간 개편안이 의제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노동계 기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말 대법원 판결이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위기감을 느낀 노동계에서는 경사노위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참여해 하루 총근로시간 제한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부 관계자는 “대법 판결로 노정 모두 근로시간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경사노위 의제화가 유력하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추가 의제도 확정해 논의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