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소인가에 답한 현대차…"20년전 배터리처럼 누군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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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생태계·SW로 대전환‘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300개 자리가 마련된 사우스퍼시픽 볼룸 앞엔 500여 명이 만든 기나긴 ‘사람 줄’이 생겼다.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업들이 이날 일제히 미디어데이를 열었는데도 그랬다.
생산·운송까지 金패키지 설계
수소 소비 10년 뒤 300만t으로
넥쏘 후속 모델도 내년 출시
"사용자 중심 미래 모빌리티 위해
어떤 車에든 장착되는 SW 만들 것"
하나같이 현대자동차의 ‘수소경제 구축 및 소프트웨어 강화’ 전략을 들으려는 사람들이었다. 행사장에 들어가자 카키색 가죽점퍼를 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 회장은 맨 앞자리에 앉아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발표를 꼼꼼히 챙겨 들었다.
‘기술자원’ 수소시장 선점
이날 현대차가 내건 주제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이었다.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기반 기업으로 변신해 ‘삶의 혁신’을 일구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지난 반세기를 ‘이동’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이동에 ‘편안함’과 ‘편리함’을 입히겠다는 얘기다.현대차는 수소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에이치투)’를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한다고 선언했다.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全) 주기에서 맞춤형 패키지를 설계하는 ‘HTWO 그리드(Grid) 솔루션’을 통해 수소 밸류체인을 확장하겠다는 설명이다.
장 사장은 “수소 (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사명감을 갖고 꾸준하고 과감하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소에너지를 ‘기술자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엔 석유와 가스가 안 나지만, 기술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는 게 수소”라며 “20년 전만 해도 배터리가 이렇게 큰 산업이 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결국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 생산을 위해 메가와트(㎿)급 양성자 교환막(PEM) 수전해를 수년 내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PEM 수전해는 알카라인 수전해보다 생산비용이 1.5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현대차의 수소전기차용 연료전지 부품과 생산 인프라를 공용화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소전기차 ‘넥쏘’의 후속 모델도 내년에 출시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로 일상을 편안하게
현대차는 사용자 중심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강화 전략인 ‘SDx(software-defined everything)’도 공개했다.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과 서비스를 자동화·자율화한 뒤 서로 연결시키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이 항상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는 만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해진다. 정 회장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자동차에 IT(정보기술)를 많이 접목한 건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는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으로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를 꼽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디커플링)해 각각 개발과 업데이트가 가능한 SDV를 만든다는 것이다. 송창현 현대차 SDV본부장(사장)은 “디커플링한다는 건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어떤 하드웨어(차)에 들어가는지 신경쓰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SDV로 축적한 이동 데이터를 AI와 접목시켜 물류, 도시운영 체계와 연결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SDx의 궁극적 목표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와 AI 내비게이션도 적용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