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지마!"…'라스베가스 명물' 英 런던 건설 결국 무산, 왜?

라스베가스 명물 '스피어'
"런던에 짓지마" 돌연 반대

2018년 계획 발표 당시 환영한 런던시장
주민 빛 공해 우려에 반대 입장 돌아서
보수당 정부, 재추진 가능성 열어뒀지만
모호한 입장에 결국 런던 스피어 무산
지난해 7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있는 원형 공연장 스피어에 불이 켜져있다. 스피어는 착공 5년 만인 지난해 9월 개장해 라스베가스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AP
라스베가스의 명물로 자리잡은 구형 공연장 스피어를 영국 런던에 건설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빛 공해를 이유로 설치를 반대하는 노동당 소속 런던 시장과 모호한 입장을 보인 보수당 정부 사이에서 계획이 표류하면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스피어 건설사인 매디슨스퀘어가든(MSG)그룹은 영국 도시기획감찰청에 보낸 서한을 통해 "라이벌 정당 간의 정치적 축구에 불과한 절차에 계속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MSG그룹이 운영하는 구형 공연장인 스피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체 모양 건축물로, 외벽에 LED 120만개를 설치해 건물 전체가 전광판처럼 작동한다. 건물 내부는 2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 쓰인다. 라스베가스 스피어는 착공 5년 만인 지난해 9월 개장했다. 이후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MSG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영국 런던 등에도 스피어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2018년 계획 발표 당시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라이브 음악의 메카로서 런던의 명성을 확고히할 것"이라며 반겼다.

칸 시장은 지난해 11월 돌연 입장을 바꿨다. "주민 수백 명에게 용납할 수 없는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런던시는 엔지니어링회사 WSP가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최소 61개 주택과 177개의 기숙사 등 주민 수백명이 빛 공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피어의 높은 에너지 사용량 역시 지속가능성 기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이에 보수당 소속 마이클 고브 영국 평준화부(전 지역사회 및 지방정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말 런던레거시개발공사(LLDC)에 계획 허가를 거부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재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MSG그룹의 신청 결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며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MSG그룹은 런던 스피어 개발 계획이 취소된 데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라며 "런던 시민들은 스피어의 획기적인 기술과 이로 인해 창출될 수 있는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