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를 빛낸 韓 스타트업…AI반도체·디지털헬스케어 '약진' [CES 2024]

9일 개막한 CES 2024의 유레카파크 내 한국 스타트업 전시관의 부스를 찾은 스위스 방문단이 유현주 탑테이블 대표(왼쪽 아래)의 설명을 듣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상은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소비자가전전시회) 2024에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과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압도적인 전시를 선보였다.

9일(현지시간) 스타트업 전시관 유레카파크(Tech West) 참가기업 1200여곳 중 절반 이상은 한국 기업이었다. 서울시가 서울경제진흥원(SBA) 및 서울바이오허브 등 13개 협력기업과 함께 조성한 서울관에 81개 기업이 참여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26개 공공기관, 지자체, 대학 등과 ‘K-스타트업’이라는 브랜드로 통합관을 조성해 91개 부스를 꾸렸다. 이외에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 KAIST 등 별도 부스를 차린 곳을 모두 합하면 한국 기업의 수는 약 700곳에 달했다.

○고령화시대, 헬스케어 솔루션 ‘봇물’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혁신상’도 한국 기업들이 휩쓸었다. 전체 310개 혁신상 중 143개를 한국기업이 수상했고 이 중 절반 가량이 스타트업의 몫이었다. 서울관이 18개 혁신상을, K-스타트업 통합관이 10개 혁신상을 각각 배출하는 식이었다.

올해 CES 참가기업 중에서는 헬스케어와 AI 관련 기업의 비중이 특히 높았다. 이외에 제조업, 모빌리티, 그린테크, 양자 등 다양한 분야로 스타트업의 영역이 확장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스위스 등 다른 나라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팀을 짜서 한국 스타트업 부스를 방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헬스케어 기업들 중에서는 AI 기술 등을 접목해서 간단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기술을 제시한 곳이 많았다. 입 안의 세포를 면봉에 묻히는 것만으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와 비만 관련 유전자를 살펴볼 수 있는 디엔에이코퍼레이션이나 면역력을 2시간 내에 측정할 수 있는 고려대의 메타이뮨텍, 안저 사진으로 뇌와 심장의 동맥경화를 파악하는 서울대의 자이메드, AI 기술을 활용해 근골격계 재활치료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에버엑스 등이다.

고령자를 보조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나 솔루션이 개발되는 경향도 뚜렷했다.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휴로틱스, 실버케어를 위한 스마트미러를 내놓은 딥메디, 후각을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는 엔 등이다. 4D푸드프린팅 맞춤 영양제공시스템 업체 탑테이블은 영양소를 음식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기술로 최고혁신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I반도체 설계사, 각국서 관심

AI 관련 기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생성형 AI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 기업도 쏟아졌다. 누구나 AI를 활용하기 쉽게 하는 클라우드 AI플랫폼을 제안한 딥오토, AI 기반 로봇 및 공장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인 토트 등에 관람객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애니메이션 생성 솔루션을 선보인 오노마AI와 네이션에이는 톡톡 튀는 이미지를 내세워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영상정보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딥비전스와 AI 기반 주식시장 데이터 솔루션을 개발한 와이커도 혁신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AI를 활용한 기술 개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AI의 ‘비용’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하는 AI 반도체 설계 기술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한국에서는 KAIST의 파네시아, KOTRA관에 함께 한 모빌린트, 삼성전자의 C랩관에 참여한 딥엑스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파네시아는 가속기와 메모리 확장장치, 프로세서 등 여러 시스템장치를 연결하는 CXL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다. 가속기 메모리의 한계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AI 가속기를 CES 2024에서 선보였다.

모빌린트는 저전력 고효율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다. 소형 로봇용 제품과 대형 스마트팩토리용 제품 등을 각각 내놨다. 딥엑스는 온디바이스 AI를 위한 AI반도체 ‘올인포 AI 토털 솔루션’을 내놨다. 딥엑스는 유레카파크의 C랩관 외에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에 단독관을 조성해 성장을 짐작케 했다. 여행이나 뷰티 등의 분야에 기술을 적용한 신선한 아이템으로 혁신상을 거머쥔 기업도 적지 않다. 로드시스템은 블록체인 기술 들을 활용한 모바일 여권 앱으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액스는 여행기업들이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 일일이 상품을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미러로이드는 스마트미러를 활용해 헤어스타일에 도움을 주는 기술로 혁신상을 받았다.

○삼성 'C랩' VS 현대차 '제로원'

유레카파크에선 대기업의 스타트업 육성 조직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삼성전자 C랩과 현대차 제로원의 경쟁이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삼성전자 C랩 전시관에는 15개 스타트업이 부스를 차렸으며, 이 중 4개 기업이 혁신상을 받았다. 소변 검사로 만성질환을 진단하는 변기를 선보인 옐로시스와 생체 식별 및 인증 솔루션을 내놓은 광주 기업 고스트패스, 스마트폰 기반 3D 콘텐츠 생성 솔루션을 제시한 리빌더AI 등이다. 현대차 제로원 전시관에는 11개 스타트업이 참가한 가운데 4개 사가 혁신상을 받았다. 전기차 배터리 재제조 스타트업 포엔과 자율주행 기반 라스트마일 배송 로봇을 개발한 모빈은 각각 2020년, 2022년에 현대차에서 분사한 팀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한 더데이원랩과 그린웨일글로벌도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