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문제만 나오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세계 이민 인구가 사상 최대라고? [WSJ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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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실체(How Migration Really Works)
하인 드 하스 지음
베이직 북스
464쪽│35달러
"기후 위기로 수십 년 안에 국경을 넘는 '기후 난민'이 10억 명에 달하게 되면 우리 문명은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얼마전 CN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하면서, 이로 인해 수많은 이주민이 발생해 문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러나 암스테르담 대학의 사회학 교수 하인 드 하스는 최근 발표한 신간 <이주의 실체(How Migration Really Works)>에서 기후 변화가 대량 이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대해 반박한다. 하스는 30년 동안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빈곤국에서 부유한 서방 국가로 이주하는 이민자들을 연구해 왔다. 그는 일부 환경운동가와 정치인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안을 강요하기 위해 이주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국가간 이주(이민)에 대해 퍼져 있는 허위 사실과 왜곡된 주장을 역사·인구·경제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나 하나 해체해 나간다. 저자는 이민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민의 단점을 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이민의 장점만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어느 한편의 손을 들기 보다는 실제 이주의 추세와 패턴, 역사적 사실 등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가 가장 먼저 반박하는 주장은 요즘 이주하는 인구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 등은 '전세계적인 이주 위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세계 인구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대 이후 약 3%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오히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주가 더 많았다는 지적이다.
오늘날과 다른점은 과거에는 주로 서유럽 국가의 사람들이 이민을 나갔다면, 지금은 반대로 제3세계 국가에서 서유럽으로 이민을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저자는 난민 관련 NGO(비정부기구)가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 많이 이끌어내기 위해 관련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밖에도 이민에 대한 다양한 통념들이 있다. 이주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구 구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 저자는 모두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이민자가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춘다거나, 이민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급등한다는 주장, 대부분의 여론이 이민에 반대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한다.이민자를 배출하는 국가가 부유해지면 이민이 줄어들 것이란 통념도 사실과 다르다. 저자는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이주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경제 발전은 이주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린다. 개발이 사람들의 이주 능력과 열망을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이민자들이 많은 멕시코, 터키, 모로코, 인도, 필리핀 등은 최빈국이 아니라 중간 소득 국가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적 좌우를 불문하고 이민에 대해선 모순적인 입장을 보인다. 좌파 정당은 외국인 노동자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노조와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인권 단체간 상충되는 이해관계 사이에 서 있다. 우파 정당 내부에서도 기존 사회의 전통을 흔들 수 있는 이민자를 경계하는 문화적 보수주의자와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기업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민은 비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도피'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은 도피가 아니라 가족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인의 장기적인 전략과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민자들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이민은 계속될 것이기에 관련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정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툰쿠 바라다라잔의 서평(2024년 1월 6일) 'How Migration Really Works Review: The Truth About Borders'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하인 드 하스 지음
베이직 북스
464쪽│35달러
"기후 위기로 수십 년 안에 국경을 넘는 '기후 난민'이 10억 명에 달하게 되면 우리 문명은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얼마전 CNN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기후 변화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강조하면서, 이로 인해 수많은 이주민이 발생해 문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러나 암스테르담 대학의 사회학 교수 하인 드 하스는 최근 발표한 신간 <이주의 실체(How Migration Really Works)>에서 기후 변화가 대량 이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대해 반박한다. 하스는 30년 동안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빈곤국에서 부유한 서방 국가로 이주하는 이민자들을 연구해 왔다. 그는 일부 환경운동가와 정치인들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안을 강요하기 위해 이주에 대한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국가간 이주(이민)에 대해 퍼져 있는 허위 사실과 왜곡된 주장을 역사·인구·경제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나 하나 해체해 나간다. 저자는 이민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민의 단점을 과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이민의 장점만 과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어느 한편의 손을 들기 보다는 실제 이주의 추세와 패턴, 역사적 사실 등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가 가장 먼저 반박하는 주장은 요즘 이주하는 인구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엔 등은 '전세계적인 이주 위기'라는 표현을 쓰면서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세계 인구 중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960년대 이후 약 3%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오히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주가 더 많았다는 지적이다.
오늘날과 다른점은 과거에는 주로 서유럽 국가의 사람들이 이민을 나갔다면, 지금은 반대로 제3세계 국가에서 서유럽으로 이민을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저자는 난민 관련 NGO(비정부기구)가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더 많이 이끌어내기 위해 관련 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밖에도 이민에 대한 다양한 통념들이 있다. 이주 노동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구 구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 저자는 모두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이민자가 원주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춘다거나, 이민이 늘어나면 범죄율이 급등한다는 주장, 대부분의 여론이 이민에 반대한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한다.이민자를 배출하는 국가가 부유해지면 이민이 줄어들 것이란 통념도 사실과 다르다. 저자는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질수록 이주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경제 발전은 이주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린다. 개발이 사람들의 이주 능력과 열망을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이민자들이 많은 멕시코, 터키, 모로코, 인도, 필리핀 등은 최빈국이 아니라 중간 소득 국가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적 좌우를 불문하고 이민에 대해선 모순적인 입장을 보인다. 좌파 정당은 외국인 노동자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노조와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인권 단체간 상충되는 이해관계 사이에 서 있다. 우파 정당 내부에서도 기존 사회의 전통을 흔들 수 있는 이민자를 경계하는 문화적 보수주의자와 값싼 노동력을 원하는 기업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민은 비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도피'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민은 도피가 아니라 가족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인의 장기적인 전략과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민자들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이민은 계속될 것이기에 관련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정리=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툰쿠 바라다라잔의 서평(2024년 1월 6일) 'How Migration Really Works Review: The Truth About Borders'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