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에서 클래식까지 종횡무진하는 김민석 “항상 성악가로서 기본 지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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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민석 인터뷰목적지로 도착하는 길이 한 가지가 아니듯, 음악가가 되는 길도 그렇다. 기회가 절실한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곧바른 길 외에 '샛길' 또한 필요하다. '정통파'의 문턱이 높고 입구가 좁은만큼, 이를 벗어난 루트 또한 필요하다는 얘기다.
테너 김민석(사진·34)은 방송이라는 '샛길'을 활용해 성장한 클래식 음악가 중 한 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중앙음악콩쿠르에서 우승(2018년)한 전형적인 클래식 성악도였던 그는 동료 성악가들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유학길에 오르는 대신 방송 프로그램 오디션을 본 것. 그는 JTBC 음악 프로그램 '팬텀싱어3'에 나온 크로스오버 중창단 '레떼아모르' 멤버로 약 2년간 활동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지금은 그룹을 나와 다시 클래식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민석을 지난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이날 김민석은 "방송을 통해 다양한 장르를 접하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오히려 클래식과 더욱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방송 활동에 주력하는 동안 클래식과 잠시 '거리두기'를 하면서 클래식을 향한 애착이 더욱 커졌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크로스오버, 대중음악을 통해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즐거움도 컸지만, 클래식에 대한 소중함도 더욱 느꼈어요."
대중음악, 크로스오버, 정통 성악을 오가며 활약하는 그에게 물었다. 각각의 매력은 어떻게 다른지. 이에 대해 그는 "클래식 성악은 하나 하나 어렵게 완성해 나가는 기쁨이 있다면, 크로스오버와 대중음악은 마음껏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람들이 호응하는 매력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차이는 마이크죠. 대중 가요나 크로스오버는 마이크를 쓰니까 자유롭게 흥얼거리듯 부를 수 있어요. 대신 빠르게 많은 곡을 소화해야 하고 퍼포먼스 적인 부분도 중요해요. 반면 성악은 퍼즐조각처럼 정교한 호흡으로 정확히 계산해서 불러야 좋은 소리가 나죠. 곡에 대해 더욱 많이 공부를 해야하기도 하고요. "클래식계에서는 성악가들의 방송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시선도 있다. 노래라는 본질보다는 유명세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민석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만큼, 방송 진출이 젊은 성악가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기회로 작용하는 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방송에서 노래 할때도 성악 발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마이크를 쓰다보면 노래 컨트롤이 더 쉬워지니까 호흡이나 발성, 음색이 변하기도 해요. 성악가로서 저의 색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때도 클래식의 기본을 지키려고 했어요. "지금도 그는 기본기에 매우 신경쓰는 성악가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끊임없이 노래를 하며 원하는 소리를 찾으려 애쓰는 건 일상이라고. "소리에 예민한 편이라 소리 덩어리가 앞으로 나와야 하는데, 안으로 먹히는 소리가 날 때 가슴이 철렁하곤 하죠."
김민석은 지난해 2월 오페라 '토스카', '라 보엠', '사랑의 묘약'의 테너 아리아를 담은 첫 솔로 앨범 '아리아 다모레'를 발매하고, 같은 해 4월 음반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비엔나 스타일'이라는 주제로 신년음악회를 연다.
다클래식 무대로 돌아와 도약중인 그는 이러한 포부를 밝혔다."무대 위에서 주목받고 빛나는 것 보다 노래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지금까지 왔어요. 저만의 음색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 뿐이죠. 음색에는 나름 자부심이 있거든요.(웃음)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