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이사올 정도"…'고급 호텔'처럼 공장 만드니 생긴 일 [이미경의 옹기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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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호텔 같은 공장'
"직원들이 서울서 다 이사올 정도"
"공장을 호텔처럼 지은 이유"
조윤장 삼우코리아 대표 인터뷰
'2023 올해의 금형인' 선정
1989년 설립된 36년 차 회사
생산량 80% 벤츠·BMW 등으로 수출
"일하고싶은 공간 만들자"
공장 입구 5성 호텔처럼 설계
투자 비용만 480억원
당진에 직장어린이집까지 설립
"제가 가본 호텔 중에서 제일 좋았던 곳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일터에서 즐거웠으면 좋겠거든요."지난 10일 충남 당진 삼우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조윤장 대표(69)는 회사 입구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말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이 선정하는 '2023 올해의 금형인'으로 선정됐다. 회사에 적극 투자하고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조 대표가 이끄는 삼우코리아는 1989년 설립된 36년 차 금형회사다. 지난해 연 매출액은 312억원으로, 국내 금형업계 선두업체로 꼽힌다. 금형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공조장치 금형을 만든다. 생산량의 80%가 벤츠, BMW, 테슬라, 포드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수출된다.
◆5성 호텔 담당한 설계자에 입구 설계 맡겨
업계에선 '삼우코리아 공장은 금형회사 같지가 않다'고 평가한다. '공장을 일하고싶은 공간으로 만들자'는 조 대표의 가치관 덕에 일반 금형회사와는 다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공장을 지을 때부터 '국민 소득이 5만~6만 달러가 된 시대에도 어울리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며 회사 입구 외관을 호텔처럼 설계한 이유를 설명했다. 조 대표는 "금형회사라고하면 어둡고 지저분할 것이란 인식을 깨고 싶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실제 삼우코리아 입구 외관을 설계한 담당자는 제주의 한 5성급 호텔을 설계한 이력이 있다.삼우코리아가 회사를 '호텔급'으로 업그레이드한 건 2014년 충남 당진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다. 기존 회사가 위치했던 서울 온수동 산업공단에 대해 조 대표는 "실사를 나온 글로벌 고객사들이 노후화된 산단 시설을 보고 거래를 망설이더라"며 "공장을 옮겨 설비 투자를 확대해야겠다고 이때 다짐했다"고 말했다.
◆투자 비용만 480억…직장어린이집도 설립
공장 지방 이전과 함께 신경 쓴 건 직원에 대한 복지다. 서울에서 당진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직원들을 위해 기숙사와 직장어린이집을 지었다. 덕분에 서울에서 일하던 직원 전원이 당진으로 함께 이사했다. 조 대표는 "회사 이전에 투자한 비용만 480억원"이라며 시설 투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조 대표가 업무 환경을 유독 신경 쓰는 이유는 40년 전 독일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조 대표는 "청년 시절 독일 금형회사로 출장을 갔다가 깜짝 놀랐다"며 "회사 조경을 비롯해 업무 환경이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상적 사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그의 좌우명이 적힌 메모지를 지갑에서 꺼내며 "회사도 이렇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삼우코리아가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디지털전환(DX)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금형 설계, 제작과 관련한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미래 세대가 더 빠르게 금형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조 대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배운 수준으로는 현장에 바로 투입하지 못한다"며 "우리 세대가 10~20년에 걸쳐 습득한 기술을 젊은 세대는 더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말했다.
뿌리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중국에 가보니 정부의 지원으로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단행했더라"며 "중국은 시설자금대출금을 50년 동안 분할상환한다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도 금형산업에 대해 한번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