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한국형 양자컴…자체 개발 20큐비트 시스템 첫 공개
입력
수정
과기정통부, K-퀀텀 스퀘어 미팅 개최국내 첫 자체 개발 양자컴퓨터 시연이 정부 행사에서 이뤄졌다. 이번에 공개된 양자컴퓨터는 20큐비트(양자비트) 성능으로, 정부는 2년 뒤 대한민국의 양자컴퓨터를 50큐비트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26년까지 50큐비트 양자컴 구축 목표
양자팹 서비스 절차 기준 안내하며 활용 독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과학기술 분야 산·학·연·관의 교류·소통 플랫폼인 'K-퀀텀 스퀘어 미팅'의 세 번째 행사를 10일 오후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개최했다.이날 행사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대학 교수, 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기업 임원을 비롯한 양자과학기술 주요 인사와 전문가, 유관 분야 연구자·종사자 등 450여명이 참석했다.
양자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를 겸한 이번 행사는 '퀀텀+X, 양자융합연구 활성화를 통한 생태계 확장'이란 주제로 열렸다. 양자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는 타 분야 연구자·종사자의 신규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국내 양자생태계 현황 등 정보와 동향이 공유됐다. 또 양자융합연구 활성화방안에 대한 전문가 패널토론 및 양자연구자와의 네트워킹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행사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20큐비트 양자컴퓨터가 처음으로 시연돼 눈길을 끌었다. 일반 컴퓨터는 '0' 또는 '1'의 값을 가지는 비트를 기본 단위로 정보 저장과 연산 수행을 한다. 쉽게 말해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의 비트는 마치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켜져 있으면 '1', 꺼져 있으면 '0'의 값을 가지는 셈이다. 하지만 큐비트는 이 두 상태 사이의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포함할 수 있다.즉,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0'과 '1'이 중첩된 상태에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정보 저장량과 연산 속도 측면에서 슈퍼컴퓨터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행사에서 시연된 2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2의 20승을 한번에 계산할 수 있어 일반 컴퓨터가 약 100만회에 걸쳐 순차처리해야 하는 계산량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 중국과학기술대학교는 슈퍼컴퓨터로 25억 년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200초 만에 풀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기부는 올해 중 2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고, 2026년 2단계에 해당하는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구축 및 클라우드 서비스 시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에 걸쳐 4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50큐비트는 양자컴퓨터가 전자식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점(양자 우위)으로 여겨진다.과기부는 선진국과의 양자컴퓨팅 분야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해 관련 기술·인프라를 집약 개발하는 양자컴퓨팅 연구인프라 구축사업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도 발표했다.
아울러 올초 시범 운영을 마치고 전문적 위탁 제작(파운드리)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초전도 양자팹에 대한 서비스 절차와 기준 등을 안내하며 활용 확산을 독려했다.양자팹은 기존 반도체 클린룸에서 하기 어려운 양자소자 공정 전용 설비를 구축해 전문적 제작 서비스 제공 및 공정개발,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게 된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총 395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과기부는 지난해 대비 32.7% 증액된 1285억원 규모의 양자전용사업 추진계획(안), 대규모 R&D 예타 사업계획, 양자기술산업법 시행, 퀀텀 플랫폼 기획, 퀀텀 코리아 개최 등 올해 양자과학기술 주요 정책 및 사업의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수요자 의견을 수렴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후발주자로서 아직은 전문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역량과 ICT 경쟁력을 가진 우리의 저력을 믿는다"면서 "다양한 학제와 연구자, 산학연 간 융합과 협력을 통해 양자과학기술 강국 대한민국을 함께 완성해 나가자"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