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까먹기 겁나네…27년 만에 최고價

소매가는 평년보다 47% 뛰어
장마·폭설로 작황 부진한데다
비싼 딸기·사과 대신 찾는 수요↑

"하우스감귤 나와도 상승세 지속"
겨울 제철 과일인 감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감귤이 한창 자랄 시기인 여름에는 긴 장마가, 겨울 수확기엔 폭설이 이어지면서 감귤 출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딸기 사과 가격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감귤을 장바구니에 담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격 상승폭이 더 커졌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소매가격에 따르면 전날 기준 감귤의 평균 소매가격은 10개 4333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327원)보다 30.2% 올랐고, 평년 가격(올해를 제외한 5년간 가격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평균값)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47.1% 비싸다.

도매가격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월 9000원대이던 감귤 도매가격(5㎏ 기준)은 올 1월 1만4477원을 기록했다.

감귤값이 무섭게 오르는 건 작황이 부진해서다. 막바지 수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 노지감귤의 출하량이 예년보다 줄어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생육기인 여름에 제주도에 긴 장마가 이어졌을 뿐 아니라 일조량이 적어 과일의 품위가 떨어졌는데, 겨울철 수확기에도 폭설이 내리고 냉해가 발생하면서 정상품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지난해 말부터 다른 과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감귤로 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다. 딸기 사과 배 등의 가격이 뛰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감귤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이다. 감귤과 함께 겨울철 대표 과일로 꼽히는 딸기는 적은 일조량과 한파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었다. 사과와 배는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과일 수요가 많은 설 명절이 다가올수록 감귤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폭우와 폭설로 정상품이 줄어든 만큼 명절용으로 따로 빼놓은 물량 자체가 적다. 곧 하우스 감귤 출하가 시작되지만, 감귤 가격을 안정시키기엔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제주도의 노지감귤 생산량은 42만8000t이었다. 하우스감귤 생산량(2만5000t)은 노지감귤 생산량의 5% 수준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곧 하우스 감귤이 나오는데, 양이 많지 않아 시장 가격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사과와 배도 명절 성수기를 앞두고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지 않고 있어 감귤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감귤값 폭등에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감귤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롯데마트는 11~17일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할인쿠폰을 적용한 감귤 할인행사를 한다. 홈플러스는 같은 기간 감귤과 레드향, 한라봉 등을 할인 판매하는 ‘감귤 유니버스’ 행사를 연다. 이마트도 12~18일 하우스감귤 할인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양지윤/송영찬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