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속도전'서 치고 나간 中…AI·로봇 제품 수천개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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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개 기업 첨단제품 대공세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다른 이름은 ‘세계의 공장’이었다. 저렴한 인건비와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들이 주문한 ‘로테크’ 제품을 대신 만들어줬다. 중국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썼고, 이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확장현실(XR) 등 ‘하이 테크’ 분야에서도 미국에 이어 세계 최강국 중 하나로 도약했다.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는 이를 증명하는 무대였다. 중국 기업 부스는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XR업체 엑스리얼이 전기차 업체 니오와 협업한 ‘운전용 증강현실(AR) 글라스’ 시연을 보려면 두 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공급망 보유
지능형 로봇 스타트업 무섭게 성장
자율주행 청소·반려 로봇 등 눈길
번역·헬스케어 등 일상생활과 결합
게임체인저 될 'AI 디바이스'도 공개
엑스리얼-니오는 'AR 글라스' 시연
◆AI·로봇 전시관 꽉 잡은 中기업
3년 차 중국 스타트업인 로터스로보틱스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노스홀의 목 좋은 곳의 널찍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 회사를 인수한 지리자동차의 두툼한 지갑 덕분이다. 자율주행 4단계 수준의 청소로봇과 스택형 물류로봇이 무대에서 시연하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이날 ‘두다리 로봇’으로 주목받은 유니트리는 강아지 모양의 ‘네다리 로봇’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는 첫 회사기도 하다. 알리바바에서 16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베이징 키아이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챗GPT를 적용한 소비자용 반려로봇 ‘루나’로 인기를 끌었다. 10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로봇은 주인 목소리에 반응해 다리를 내미는 기능도 있다.잔디깎이 로봇(선전한양기술·맘모션 등)과 수영장 청소 로봇(서브블루·싱마이 등) 분야는 중국 업체끼리 경쟁을 벌였다. 싱마이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공급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근 지능형 로봇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몇 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말했다.
◆AI에 하드웨어 합치자 ‘게임체인저’
AI는 로보틱스와 함께 이번 CES에서 중국 기업이 가장 많이 뽐낸 기술이다. 초콜릿바 크기의 AI 번역기 ‘X1’으로 CES 혁신상을 거머쥔 타임케틀이 대표적이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이어폰을 끼고 전원만 누르면 곧바로 통역이 된다. 통역하는 데 4~5초 정도 지연되고, 아직 100% 완성품이 아닌데도 다음달부터 69달러에 판매를 시작한다.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미래기술 경쟁력을 향상한 배경에 ‘선 출시, 후 개선’ 전략이 있다”며 “완성도가 80%만 돼도 시장에 내놓은 뒤 차츰 성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다 보니 한국 기업이 그 속도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선 우메옥스가 비침습형 혈당 모니터링 웨어러블 기기인 ‘엑스링’으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반지만 끼면 헬스 GPT 플랫폼에서 심박수, 수면패턴, 혈중 산소 등 개인화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중국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XR 기술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엑스리얼은 이날 개발자를 겨냥한 고기능 제품 ‘엑스리얼 에어2 울트라’ AR 글라스와 촉각 방식으로 가상의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하면서 개발 업무를 할 수 있는 ‘울트라 트래킹 패드’를 공개했다. 엑스리얼 에어2 울트라 AR 글라스는 100만원에 오는 4월 출시한다. 애플이 다음달 출시하는 ‘비전 프로(약 460만원)’의 4분의 1이다.
오디오 테크 기업 티인랩은 개방형 블루투스 헤드폰 S50 모델을 공개했다. 기존 제품 대비 구동력을 40% 이상 향상해 몰입감을 크게 높였다. 엑스지미는 천장형 프로젝터인 ‘엑스지미 알라딘’을 공개했다. 올해 CES 혁신상을 받은 이 제품은 조명 안에 HD 프로젝터와 멀티 사운드 스피커가 들어 있다.
라스베이거스=허란/이유정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