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선거 직후에 대표단 파견…中 "간섭 말라" 경고

FT "美, 전직 고위관료 대표단 대만 파견"
정부 출범 초, 우크라 전쟁 이어 세번째
"대만 지지 보내야" "중국 자극 안돼" 이견
中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 보내지 말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2015년 총기난사 사건 현장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마더 엠마누엘 AME 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 직후 전직 고위 관료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차관보,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다고 전했다. 각각 버락 오바마 행정부(민주당)와 조지 부시 행정부(공화당)에서 근무한 인사다. 파견이 성사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대만에 보내는 세 번째 대표단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마이클 멀린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미셸 플루노이 전 국방부 차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대만에 보낸 바 있다.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린 사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대만 시민들의 걱정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인 2021년 4월에도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대표단이 대만에 도착해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을 전달한 바 있다.

이번 파견 역시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샬펀드 중국·대만 전문가는 "대만의 민주주의와 새 지도자에게 미국의 지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중요하며 초당파적으로 그렇게 할 때 유익하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개선된 미·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미국 전직 관료는 FT에 "이 민감한 시기에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중국과 대만의 안정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대만을 더욱 껴안는 것처럼 보이는 만큼 중국에 과잉 대응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FT에 "미국이 대만 지역과 어떤 형태의 공식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고 어떤 형태로든 대만 지역 선거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집권여당인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는 대만이 분리 독립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은 파견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