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왜 사진엽서에 아리랑 같은 ‘조선 민요’를 적어놓았을까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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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일제 강점기 조선에 사진엽서가 있었다. 가로 14㎝ 세로 9㎝의 직사각형 프레임 안에 조선의 인물, 자연, 풍속, 문화 등을 담아 대량으로 발행·유통했다.
최현식 지음
성균관대학교출판부
768쪽|3만8000원
왜 일제는 이런 엽서를 만들었을까. <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는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최현식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썼다. 비슷한 주제로 <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을 쓰기도 했던 그는 이 책에서 엽서에 소개된 ‘노래’에 주목한다. 일제는 사진엽서를 발행하며 거기에 ‘아리랑’ 같은 조선 민요의 가사를 적어 놓았다. 저자는 이를 지배와 통치를 위해 일제가 기획한 문화상품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본다. 조선 문화의 식민지화 혹은 제국의 식민지 흉내 내기 과정에서 조선 민요가 활용됐다는 것이다.
“이때 큰 역할을 자임하게 되는 대중매체 가운데 하나가 시각(이미지)과 청각(노래), 둘의 통합체인 문자를 동시에 거느리는 사진엽서였다. 사진엽서에 올려진 ‘조선 민요’들은 ‘제국(국민)의 소리’로 떠오르지만, 동시에 제국 귀퉁이의 ‘지방적인 것’으로 그 위상과 가치가 대폭 깍이게 된다.”흥미로운 주제지만 일반인은 읽기 쉽지 않은 책이다. 매우 학술적이다.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애초에 이 책은 저자가 2011~2021년 사이에 발표한 학술 논문 8편을 단행본 형식에 맞게 수정·보완해 재구성한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