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목표는 4개…우승 1번이 준우승 9번보다 좋아"

인터뷰 - 우승 가뭄 끝낸 박현경

2021년 KLPGA 챔피언십 이후
2위만 아홉번하다 2년만에 우승
상금 두둑했어도 최고 자리 갈증

캐디 역할 아버지에게 많이 배워
"연말 시상식서 제일 빛나고 싶어"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4승을 거둔 박현경이 2024년을 맞아 4개의 목표를 세웠다며 ‘숫자 4’를 손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솔 기자
프로골프 무대에서 가장 많은 상금을 가져가는 건 우승자이지만 준우승자도 나름 두둑한 상금을 챙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경우 일반대회 기준 우승자에게는 총상금의 18%가, 준우승자에게는 11%가 돌아간다. 그래서 아쉽긴 해도 주머니 사정만 생각하면 우승 한 번 하는 것보다 준우승 두 번 하는 게 낫다는 선수도 여럿 있다.

박현경(24)은 자신의 통산 세 번째 우승이 나온 2021년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을 끝으로 준우승을 아홉 번이나 했다. 상금만 놓고 보면 5승 정도의 상금을 가져간 셈이다. 그러나 최근 만난 박현경은 “아홉 번의 준우승을 한 번의 우승으로 바꿀 수 있다면 지금도 바꿀 것”이라며 “프로 무대에서 기억에 남는 건 우승자뿐이라는 걸 실감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그래서 지난해 우승은 박현경이 경험한 그 어떤 승리보다 값졌다. 그는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 서경 오픈에서 길고 길었던 ‘무관의 늪’에서 탈출했다. 연장 승부에서 거둔 첫 승리였고, 관중 앞에서 거둔 첫 우승이기도 했다. 박현경은 지난 3승을 코로나19 때문에 ‘무관중’으로 치른 대회에서만 거뒀다. 박현경은 “처음에는 갤러리 유무에 큰 신경을 안 썼는데, 다시 관중이 돌아온 뒤 열린 대회에서 좀처럼 우승하지 못해 내가 진짜 ‘새가슴’이었나 생각하기도 했다”며 “그래서 모든 우승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최근에 거둔 우승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무관 탈출의 일등 공신으로 캐디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프로골퍼 출신 박세수 씨를 꼽는다. 2022시즌을 우승 없이 보낸 박현경은 지난 시즌 3승을 합작한 아버지 대신 새 캐디를 고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궁합도 결과도 나쁘진 않았다. 상반기에 준우승 세 번에 ‘톱20’ 성적도 열 번이나 됐다. 그러나 그토록 바랐던 우승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결국 하반기를 앞두고 다시 아버지에게 ‘SOS’를 쳤다고. 박현경은 “아직 쇼트게임에서 아버지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며 “경기 내내 이어지는 아버지의 조언이 듣기 힘들었지만, 삼키기 힘든 쓴 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자신의 팬클럽과 함께 경기 사랑의열매에 기부금을 전달한 박현경. 갤럭시아SM 제공
그 덕분에 박현경은 지난 시즌 우승을 포함해 상금 8억6024만원(5위)을 모아 자신의 한 시즌 최고 상금을 새로 쓰며 화려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박현경의 주 무기로 ‘리커버리율’(규정 타수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파를 기록할 확률)을 꼽는다. 지난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 57위(238야드), 그린 적중률 53위(68%)로 평범했던 그가 꾸준히 우승 문을 노크할 수 있던 배경이다. 박현경은 “그린을 놓치면 별의별 상황에서 공을 홀에 붙여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남다른 창의력이 필요하다”며 “돌이켜보면 ‘내가 어떻게 파를 했지’ 생각한 상황이 많았는데, 아버지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한층 더 성장한 박현경의 새 시즌 목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상반기에 우승하는 것, 둘째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셋째는 다승,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타는 것이다. 그는 “돌아보면 10위권 성적이 정말 많아 (톱10까지만 점수를 주는) 대상 포인트를 1, 2타 차이로 놓친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그 종이 한 장 차를 넘어 올해는 꼭 대상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박현경은 독자들을 위해 리커버리율을 높이는 ‘팁’도 잊지 않았다. “아마추어는 무조건 핀을 보고 치는 경향이 있는데, 골프는 철저하게 ‘확률 싸움’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핀을 찾기 전에 먼저 그린 주변 공간이 넓은 곳이 어딘지도 살펴보고 그쪽을 겨냥해 샷을 하는 게 좋아요. 그린에 공이 올라가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공이 넓은 공간에 떨어진다면 충분히 보기 이하로 홀아웃할 수 있으니까요.”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