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129명 "이낙연, 희생 없이 영광 누리고 탈당"

'민주당 의원 79%' 성명 내고 탈당 만류
"민주당의 분열, 윤석열 정권 도와줄 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1일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만류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 의사 철회를 간절히 바라는 국회의원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이렇게 밝혔다. 전체 민주당 의원 164명 중 약 79%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이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였다"고 상기시켰다.또 "탈당과 신당 창당에는 아무런 명분이 없다.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총선 승리로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할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권을 도와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건의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거부한 '당 대표직 사퇴·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며 "지금도 국민들과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대권 후보다.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의 지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름길을 모르거든 큰길로 가라. 큰길도 모르겠거든 직진하라. 그것도 어렵거든 멈춰서서 생각해 보라.'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흔들며 탈당하려 했던 움직임을 멈추게 하려 한 이낙연 대변인의 논평"이라며 "이 전 대표께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드린다. '이낙연을 키운 민주당'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강도 높은 당 쇄신을 주장하다가 결국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결심한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식 선언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 이 대표와 만나 약 50여분간 회동한 뒤 "변화의 의지를 이 대표로부터 확인하고 싶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초 지난주 향후 행보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가 지난 2일 흉기에 습격당하면서 발표 시점을 이날로 미뤘다.

이 전 대표가 늦어도 내달 초 창당대회를 마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총선을 약 3개월 앞두고 '제3지대 빅텐트'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과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등과의 합당 가능성에도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이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이 자리에 우리가 모여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