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해보니 어떠냐"…中서 '아이폰 몰아내기' 착착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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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메이트·하모니로 애플 점유율 넘는다화웨이가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몰아내기’에 나섰다.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로 아이폰 점유율을 빼앗는가 하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자체 운영체제(OS)인 하모니OS로 iOS에 맞서고 있다. 화웨이의 반격으로 중국 내 애플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2019년부터 이어진 미국 제재에 고꾸라졌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이 회복세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中 점유율 떨어지는 아이폰
11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6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71%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2위 삼성전자(17%), 3위 화웨이(5%)와의 격차가 큰 만큼 프리미엄 시장에서 아이폰의 지배력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전년 대비 점유율이 하락했다.원인은 화웨이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시리즈가 중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세일즈 포인트는 부쩍 발전한 하드웨어 성능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이후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최신 반도체칩을 수입해 넣을 수 없었지만,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이 올라오며 화웨이 스마트폰의 스펙도 상승했다. ‘메이트 60 프로’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만든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미국이 무역규제로 차단하려는 최신 기술에 불과 몇 년 뒤쳐진 수준이다.
실제로 애플 아이폰의 중국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올해 첫주 들어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출하량도 두 자릿수 비율로 감소했고, 올해에도 비슷한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화웨이는 메이트 60 시리즈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판매량 성장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영향으로 2022년 2분기까지만 해도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의 6%밖에 차지하지 못하던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4%까지 점유율을 늘렸다.
문제는 중국 내수 시장의 크기와 성장세다. 특히 포화 상태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 특성상 프리미엄 부문이 시장의 주요한 성장 동력인데, 프리미엄 시장이 커질 공간이 남은 국가는 중국을 비롯한 인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3억대를 넘기며 전년 동기 대비 6.2%의 성장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는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아이폰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스마트홈에도 하모니OS 적용
‘하모니OS’를 앞세워 소프트웨어에도 힘주고 있다. 하모니OS는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2021년에 선보인 독자 운영체제로, 화웨이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고 있다. 캐나다 리서치 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중국에서 하모니OS가 애플 iOS를 제치고 두 번째로 큰 운영체제가 되리란 전망을 내놨다. 화웨이는 올해부터 앱 개발사들이 하모니 전용 앱을 만들도록 강제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모니OS에서 안드로이드용 앱을 아예 지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제품, 자동차에도 하모니OS 적용하고 있다. 통신 장비 업체이던 화웨이가 스마트홈, 자동차 사업까지 진출하며 하모니의 초연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SUV 전기차 ‘아이토(AITO)’는 화웨이가 중국 전기차 업체 사이리스와 손잡고 내놓은 차다. 하모니OS가 탑재돼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하거나, 네비게이션으로 길을 찾거나, 차량 내부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홈 사업에서는 하모니OS를 활용해 집안의 TV와 냉장고 등 가전은 물론이고 조명, 음향기기 등을 연결해 한꺼번에 통제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美 제재에도 버틴다"...R&D '올인'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 화웨이의 주력사업이던 스마트폰은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부터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공급업체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거나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세계 2위까지 올랐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곤두박질 쳤다. 2021년엔 매출이 2020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는 결정도 내렸다.위기 상황에서 화웨이가 찾은 돌파구는 R&D 투자다. 매출에 중대한 타격을 입은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투자 금액을 쏟아부었다. 화웨이의 R&D 투자금액은 2018년 1000억위안(19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엔 1615억위안(30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해 한국의 삼성전자가 쓴 25조원보다도 많다.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2022년 화웨이에 65억5000만 위안(1조25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