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카이라인 바꾼 '텐 미닛 시티'…아자부다이힐스 건축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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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초고층 빌딩은 1968년 도쿄 지요다구에 들어선 가스미가세키빌딩이다. 높이 147m인 이 건물 이전까지 일본에는 100m가 넘는 건물이 없었다. 147m는 이집트의 쿠푸왕 피라미드와 같은 높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기원전 2500년전 147m의 구조물을 지을 때 일본인들은 4500여년 뒤에야 같은 높이의 건물을 올린 셈이다.
1958년 당시 세계 최고층 구조물이었던 도쿄타워(333m)를 세운 일본의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매년 2000여건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마천루는 언감생심이라는게 건설업계의 통설이었다. 이 때문에 세계 3대 경제대국 일본의 수도에는 네모반듯한 빌딩들만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02년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도심 주요 지역의 고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을 두 배로 올리는 등 규제를 풀었다. 1989년 약 50곳이었던 도쿄의 10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2018년 500곳을 넘었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린 부동산 개발회사가 모리빌딩컴퍼니다. 롯폰기힐스(2003년), 도라노몬힐스(2023년)에 이어 아자부다이힐스까지 200~300m대의 초고층 빌딩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아자부다이힐스의 중심 건물인 모리JP타워는 330m로 일본의 최고층 빌딩에 이름을 올렸다. 아자부다이(麻布台·台는 고지대라는 뜻)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경사가 가파른 언덕이었다. 언덕을 재개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깎아서 평지로 만든 뒤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자부다이힐스는 언덕의 고저차를 살려 아자부다이의 원형을 가능한 보존하기로 했다. 다구치 요시후미 모리빌딩그룹 설계부장은 “평면적인 건물을 만들면 그 지역에 어느날 갑자기 ‘쿵’하고 새로운 건물군이 들이닥치는 느낌을 준다”며 “기존의 마을과 단절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3개의 초고층 타워는 미국의 펠리 클라크 앤드 파트너스(PC&P)가 설계했다. 네모난 건물이 대부분인 도쿄에서 모서리가 유려한 곡선인 모리빌딩의 초고층 빌딩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모리빌딩이 지금까지 건설한 초고층 빌딩들과 또 다르다. 아랫부분이 잘록하고 가운데는 도톰하다가 점점 갸름해지는 도자기를 닮았다. 다구치 부장은 “후지산이나 일본 전통 건축의 지붕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곡선을 살렸다”며 “도쿄 어디서나 보이는 랜드마크라는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건축물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내진설계 기술을 집약한 것이기도 하다. 내진 설계는 펠리 클라크가 아닌 일본 기업이 맡았다. 야마모토 마사카스 모리빌딩 홍보과장은 “개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 설계 회사와 안전성을 중시하는 내진 설계 회사의 갈등을 조율하는 게 개발 회사의 주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고지대와 상업시설이 모인 저지대의 고저차를 살리는데는 곡선의 파빌리온이 채택됐다. 흘러내리는 듯한 파빌리온은 파고라에서 힌트를 얻었다. 파고라는 정원의 덩굴 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아치형으로 쌓아올린 서양식 정자나 차양. 파빌리온 덕분에 아자부다이힐스의 쇼핑몰은 상업시설이면서 언덕이 있는 녹지 공간을 겸하는 작품이 됐다.
파빌리온에선 가로수를 천천히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상록수와 낙엽수 등 10종류를 섞어 심어 사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나트막한 야산을 산보하는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언덕의 원형을 보전하는 일은 구현이 쉽지 않았다. ‘이동이 어렵지 않은 언덕’을 실현시킨 아이디어가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낸 ‘지상과 지하의 분리’였다. 지상은 경사를 완만하게 살려 걷기 좋은 산책로로, 지하는 평지를 세 개 층으로 나눈 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했다. 각 층은 저마다 다른 공연이 펼쳐지는 연극 무대 같다. 한 층씩 오를 때마다 현대적인 도쿄의 거리, 유럽의 전통시장, 전시장 등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이 안에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숍, 서점 등이 공존한다. 마치 활기찬 유럽의 오래된 마켓을 거니는 것처럼.
도쿄=정영효 특파원
1958년 당시 세계 최고층 구조물이었던 도쿄타워(333m)를 세운 일본의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매년 2000여건의 지진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마천루는 언감생심이라는게 건설업계의 통설이었다. 이 때문에 세계 3대 경제대국 일본의 수도에는 네모반듯한 빌딩들만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002년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도심 주요 지역의 고도 제한을 없애고 용적률을 두 배로 올리는 등 규제를 풀었다. 1989년 약 50곳이었던 도쿄의 100m 이상 초고층 빌딩은 2018년 500곳을 넘었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새로 그린 부동산 개발회사가 모리빌딩컴퍼니다. 롯폰기힐스(2003년), 도라노몬힐스(2023년)에 이어 아자부다이힐스까지 200~300m대의 초고층 빌딩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아자부다이힐스의 중심 건물인 모리JP타워는 330m로 일본의 최고층 빌딩에 이름을 올렸다. 아자부다이(麻布台·台는 고지대라는 뜻)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경사가 가파른 언덕이었다. 언덕을 재개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깎아서 평지로 만든 뒤 건물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아자부다이힐스는 언덕의 고저차를 살려 아자부다이의 원형을 가능한 보존하기로 했다. 다구치 요시후미 모리빌딩그룹 설계부장은 “평면적인 건물을 만들면 그 지역에 어느날 갑자기 ‘쿵’하고 새로운 건물군이 들이닥치는 느낌을 준다”며 “기존의 마을과 단절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3개의 초고층 타워는 미국의 펠리 클라크 앤드 파트너스(PC&P)가 설계했다. 네모난 건물이 대부분인 도쿄에서 모서리가 유려한 곡선인 모리빌딩의 초고층 빌딩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아자부다이힐스는 모리빌딩이 지금까지 건설한 초고층 빌딩들과 또 다르다. 아랫부분이 잘록하고 가운데는 도톰하다가 점점 갸름해지는 도자기를 닮았다. 다구치 부장은 “후지산이나 일본 전통 건축의 지붕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곡선을 살렸다”며 “도쿄 어디서나 보이는 랜드마크라는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건축물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내진설계 기술을 집약한 것이기도 하다. 내진 설계는 펠리 클라크가 아닌 일본 기업이 맡았다. 야마모토 마사카스 모리빌딩 홍보과장은 “개성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 설계 회사와 안전성을 중시하는 내진 설계 회사의 갈등을 조율하는 게 개발 회사의 주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고지대와 상업시설이 모인 저지대의 고저차를 살리는데는 곡선의 파빌리온이 채택됐다. 흘러내리는 듯한 파빌리온은 파고라에서 힌트를 얻었다. 파고라는 정원의 덩굴 식물이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아치형으로 쌓아올린 서양식 정자나 차양. 파빌리온 덕분에 아자부다이힐스의 쇼핑몰은 상업시설이면서 언덕이 있는 녹지 공간을 겸하는 작품이 됐다.
파빌리온에선 가로수를 천천히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상록수와 낙엽수 등 10종류를 섞어 심어 사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면서 나트막한 야산을 산보하는 느낌이 들도록 꾸몄다. 언덕의 원형을 보전하는 일은 구현이 쉽지 않았다. ‘이동이 어렵지 않은 언덕’을 실현시킨 아이디어가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낸 ‘지상과 지하의 분리’였다. 지상은 경사를 완만하게 살려 걷기 좋은 산책로로, 지하는 평지를 세 개 층으로 나눈 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했다. 각 층은 저마다 다른 공연이 펼쳐지는 연극 무대 같다. 한 층씩 오를 때마다 현대적인 도쿄의 거리, 유럽의 전통시장, 전시장 등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이 안에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숍, 서점 등이 공존한다. 마치 활기찬 유럽의 오래된 마켓을 거니는 것처럼.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