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넥타이 매고 탈당 선언한 이낙연…개딸들 "국힘 입당하냐"

지지자들 대거 몰리면서 '이낙연' 연호
국회 직원도 신기하다는 듯 사진촬영

탈당하며 붉은색 넥타이 매 이목 쏠려
개딸들 "국힘 입당하냐" 분노 쏟아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사진=한경DB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탈당 선언과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가운데, 그가 국회 기자회견에서 맨 넥타이 색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탈당에 이른 그가 이날 붉은색 넥타이까지 매고 등장하면서 "국민의힘 색 넥타이를 맸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국회에 지지자들 우르르…온라인도 관심 집중

이 전 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밝혔다.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변질'을 탈당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이 전 대표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다)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그는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다당제 실현과 함께 개헌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큰 주목을 받았다. 기자회견이 열린 국회 소통관에서 수십명의 지지자들이 몰렸다. 그가 기자회견장이 위치한 2층으로 오르고 내려갈 때마다 지지자들은 그를 에워싸고 '이낙연'을 연호했다. 자녀와 함께 온 지지자들도 다수 목격됐다. 국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신기하다는 듯 카메라를 집어들고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엑스·옛 트위터)에서도 현재 인기가 급부상 중인 키워드를 나타내는 '나를 위한 트렌드' 상위권에는 '기자회견', '탈당 선언' 등 해시태그가 이름을 올렸다. 해당 해시태그를 단 사용자들은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다뤘다.

개딸들 "국민의힘 넥타이 맸다" 공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및 신당 창당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이날 매고 등장한 붉은 색 넥타이에 대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넥타이 색상을 거론하며 이 전 대표를 겨냥한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이들은 "국민의힘 넥타이 매고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빨강 넥타이? 국힘 입당하는 것이냐", "배신의 끝장", "박쥐다", "제3지대 갔다가 국힘 갈 것" 등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인들의 넥타이 색상 등 패션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때가 많아 이따금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5선 이상민 의원이 8일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붉은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광주 신년회 등에 참석할 때는 평소 즐겨 하던 붉은색 넥타이가 아닌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광주 민심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