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어떤 사람을 의원으로 뽑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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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제 속 잇속 챙기는 의원들현행 정치 질서는 1987년에 제5공화국으로 시작됐다. 대통령제와 양당 체제는 생각보다 그렇게 보편적인 시스템은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고, 실질적인 국가수반이 대통령인 경우도 드물다. 미국은 그러하지만, 연방정부 의회와 대통령이 세금, 기업활동, 식생활, 형벌, 안전 등 일반 국민의 삶에 그리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국회는 선거 때마다 현역 의원의 50% 정도가 낙선할 정도로 국민들의 신임을 받지 못한다. 매우 다양한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양당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 매우 희한한 상황이다.
특권 많은 탓 '봉사자' 본분 망각
'산타클로스' 흉내 퍼주기도 늘어
'예타 무시'는 자랑이 될 수 없어
국민의 삶을 이해하는 인물에게
국회 개혁 임무 맡겨야
김태윤 한양대 정책과학대학 교수
양당 체제의 문제는 명약관화하다. 서로 싸우는 척하면서 서로의 생존을 돕는다. 또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자기들만의 혜택을 유지하고 확장한다. 지난 선거 때부터 문제가 됐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봐도 이런 의심은 확신이 된다. 다양다기한 이해관계와 관점을 반영하는 다당제적 요소는 현대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 필연을 기존의 양당이 주물럭거리다가 자기들의 위성 정당을 하나씩 차지한 것이 지금의 21대 국회다. 추악한 모습이다.양당이 독과점하는 현 상황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국회로의 진입장벽을 쳐놓았다. 선거법은 현역 의원의 편의와 우세를 공고하게 해놓고 있다. 뜻있고 참신한 시민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의원들이 이너서클화돼 여러 가지 형태와 차원의 이익집단이 됐다.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내로라하는 인사가 탈락했지만, 전·현직 의원은 거의 모두 그 어려운 고비를 넘기곤 했다. 전직 의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차지하고 있는 높은 자리도 수없이 많다. 게다가 당선자와 차점자는 실질적으로 선거운동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복권을 가격도 치르지 않고 가져가는 꼴이다.
국회의원이 받는 대우가 너무 좋은 것이 문제다. 여러 명의 비서가 한 명의 의원을 돕고 있으니 아마도 아쉬운 점이 없을 것이다. 접대받아 버릇하고, 써주는 말을 읽다 보니 시민의 삶을 모르고, 본인이 전문가 내지는 엘리트인 줄 안다. 시간이 남고 여유가 있으니 엉뚱한 짓도 불사한다. 주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교만에 빠진 대변인과 봉사자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공감도 충성심도 전문성도 방향성도 없으니 말이다.
의원들이 다루는 사안은 그렇게 다양하거나 복잡하지 않다. 상식에 근거해 한두 사람의 보조를 받으면서 성실하게 토론하다 보면 국민의 뜻에 맞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게다가 국회사무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 국회미래연구원 등 보좌기관도 즐비하다. 수백 명의 전문행정관료와 박사급 요원이 의원들을 보좌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국회가 양당제의 특권 기관화된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의원들이 자기 계발하지 않고, 학습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 제대로 된 정치인이 배출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삶과 함께하고, 나라의 전략적 방향을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할 인물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극도로 불투명해 법률과 제도의 논리와 방향성을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납득되지 않으니, 불평 없이 따르기도 어렵다.
가장 꼴불견인 것은 산타클로스를 자임해 국가 프로젝트를 선거구민에게 선물하는 시늉을 하는 의원이 많다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우주항공청 특별법’ 등이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무시하고 국가 프로젝트를 수립한 예다. 예타를 무시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타당성도 없었다는 얘기다. 국민들을 털어서 선거구민에게 갖다줬다는 것이 어떻게 자랑이 되고, 자기 업적 홍보물에 버젓이 올라갈 수 있는가. 며칠 전 끝난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이런저런 쪽지 예산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도둑과 강도가 들끓는 세상에서 어떻게 신뢰와 공정을 논할 수 있는가.
국회를 개혁할 만한 사람을 의원으로 뽑아야 한다. 본인의 분야에 확고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인품이 겸허하고, 한두 번의 의원직을 수행하고 자기 분야로 돌아가거나 은퇴하려는 사람을 잘 골라서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