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차기 DGB 회장, 원칙·순리에 맞게 뽑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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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임기 만료 앞두고 소회 밝혀
연임 욕심이 '불완전 판매' 불러
후임자 잘 뽑는 게 CEO의 의무
은행원 성과 기반으로 임금 줘야
금융사 해외 진출 확대 위해선
금감원 현지 사무소 더 열어야

임기가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인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69·사진)의 목소리는 홀가분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영향 때문인 듯 보였다. 김 회장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CEO가 임기 연장과 같은 사심에 얽매이면 회사가 망가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연임 여부는 회추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CEO 육성·승계 공들여
김 회장은 ‘CEO 리스크’를 금융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CEO가 연임에 신경을 쓰는 순간 사내 정치와 파벌 간 알력 성격의 잡음이 발생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한다”며 “은행이 고위험 투자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도 수치적인 경영 성과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외형 확장과 불완전 판매는 2~3년 뒤 부메랑이 돼 결국 회사에 손실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도 함께 해외 진출해야”
김 회장은 은행권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 중 10곳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다. 그는 “자금중개가 핵심인 은행업은 혁신산업이 아닌데도 은행원 연봉은 매년 오르고 있다”며 “성과에 기반한 급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지점장을 거쳐 퇴직한 베테랑 은행원을 재고용하는 대구은행의 기업금융영업전문가(PRM) 제도를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성과급 임금 체계인 PRM을 2019년 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금융사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금융감독원의 동반 진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 캄보디아법인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수십억원대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 1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국내 금융사들이 주로 진출하는 동남아 지역은 금융 규제가 허술해 사업을 확장하기 쉽지 않다”며 “금감원이 현지 감독당국과 소통하면 금융권의 해외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DGB금융은 다음주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를 확정할 방침이다. 내부 출신인 황병우 대구은행장(56)과 임성훈 전 대구은행장(60)을 비롯해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65),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64)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