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하얀 석유' 리튬 확보 나섰다

中 5위 기업과 4년간 조달 계약
니켈 이어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관리 직접 팔 걷어
현대차 서울 서초구 양재 사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현대자동차가 ‘하얀 석유’로 불리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중국 업체와 손잡았다. 현대차가 직접 리튬 조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1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리튬 생산업체 성신리튬은 자회사 센틸리언인터내셔널과 함께 현대차에 수산화리튬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이다. 공급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중국 쓰촨성 청두에 본사를 둔 성신리튬은 중국 5위(시가총액 기준) 리튬 생산 업체다. 중국 배터리 제조사이자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로 떠오른 BYD도 이 회사의 지분 5%를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요 리튬 생산지에 광산과 가공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신리튬은 “현대차와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현대차가 공급받기로 한 수산화리튬은 전기차용 고용량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다. 양극재 소재인 니켈과 합성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니켈 비중이 높은 고성능 삼원계 배터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산화리튬 수요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2030년 수산화리튬 수요가 약 110만t LCE로 2020년 대비 10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는 니켈에 이어 리튬 공급망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약 5300억원을 투자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하고 니켈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 울산에서 제련된 니켈을 직공급받을 예정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제작에 필수적인 리튬·니켈 같은 원자재는 일정 수준의 물량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를 단순 납품받는 데서 나아가 관련 기술과 핵심 원자재까지 직접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폭스바겐은 호주 벌칸에너지와, 테슬라는 중국 간펑리튬과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애널리스트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배터리 업체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은 완성차 업체에 상당히 위험하다”며 “점점 더 많은 자동차 업체가 배터리 기술 내재화와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