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서 개고기 먹으러 왔다…법으로 금지? 말도 안 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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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개고기 논란' 역사의 뒤안길로대한민국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개고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개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 정서에 정부와 여야가 모처럼 뜻을 합친 결과다. 동물단체는 반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법제화를 통한 제재가 적절하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 정서에 정부·여야 뜻 합친 결과지만
'법제화 통한 식용 금지' 적절성 두곤 '글쎄'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을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의제화에 나서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보조를 맞췄고, 야당이 초당적 협력에 나선 결과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동물 보호 단체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우리 사회의 의지를 법으로써 명확히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환영 성명을 내고 "동물복지 선진국으로의 진일보를 가로막는 부조리한 모순이 이어져 왔지만, 희망을 봤다"며 "대한민국 동물복지 걸림돌을 걷어낸 오늘을 다시 한번 환영하며 개 식용 산업의 완전한 종식을 향한 행보에 끊임없는 응원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고기로 생계를 이어온 육견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입장이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회장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에서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 국민의 먹을 권리를 빼앗는 악법이자 초헌법적 법률"이라며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여론은 높지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안 된다'는 여론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으라고 하는 그런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당한 보상에 대해 요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 회장의 말처럼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제화를 통한 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 역시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 개 식용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향후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93.4%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조사 결과 법제화에 대한 반대 의견이 60%로 찬성(40%)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시 당내에서도 "법제화를 굳이 추진해야 하냐"는 의구심이 나온 바 있다.실제로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도 법으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보신탕 골목에서 만난 황모(61)씨는 "(제정안 통과 소식에) 화가 나서 먹으러 왔다"며 "사람들 잘 먹고 있는 걸 법으로 금지하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평소 보신탕을 즐겨 먹었다는 윤모(38)씨는 "수십년간 먹어오던 음식을 갑자기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한다니, 마약도 아닌데 참 이상하게 흘러간다"고 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민모(29)씨는 "태어날 때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당연히 보신탕도 먹지 않는 사람이지만, 법으로 금지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제정에 따라 전·폐업이 불가피한 관련 업계 등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해 국회 및 육견단체 등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