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어떻게 구원의 메시지가 되는가… 평생을 구도자로 보낸 흑백사진의 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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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_뉴 코리아 & 잉글랜드 전사진 작품으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깊은 가톨릭 신앙으로 청소년 시절 7년이나 신학교에 다녔던 한 영국 청년이 신학대학 과정 진학을 앞두고 사제의 길을 포기했다. 그리고 예술대학에 들어가 사진을 전공했다. 스스로 발견한 예술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였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인생의 항로를 바꾼 그가 바로 흑백 아날로그 사진의 거장 마이클 케나(71)다. 그의 대표작은 물론 영국 잉글랜드에서 찍은 초기작과 한국에서 찍은 최신작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 사진전 ‘마이클 케나, 뉴 코리아 & 잉글랜드’전이 오는 2월3일까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장 초입,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잉글랜드에서 촬영한 작가의 초기작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에 처음 전시되는 이 작품들은 주택가의 가로등, 공원의 나무 등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단순한 구도와 미묘한 빛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의 대표작과 미학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 가운데 ‘파도’(1981)가 눈길을 끈다. 적막한 해변 도로와 그 뒤로 솟구쳐오르는 파도, 그리고 하늘을 함께 담은 이 장면은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케나의 초기 대표작이다. 작가가 2023년 한국 전남과 충남 등지에서 나무와 갯벌과 바다를 촬영한 신작들도 특유의 고즈넉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충만하다. 강한 빛이 없는 시간, 긴 노출로 촬영한 그의 작품들에서 시간대를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지리적 특성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도 눈길 주지 않을 것 같은 외딴 나무 한 그루가 우주의 중심에 선 생명체처럼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작가가 소장하고 있는 ‘솔섬’ 연작의 에디션 1번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그가 2007년 강원 삼척 앞바다에서 우연히 발견해 찍은 ‘솔섬’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고, 그 무명의 섬은 하루아침에 ‘명소’가 됐다. 그 덕분에 개발계획이 취소됐고, 사라질 뻔 했던 작은 섬은 살아남게 됐다. 하늘, 바다, 육지가 몽환적으로 분할 돼 있는 프랑스의 해변, 일본 홋카이도의 눈 쌓인 언덕을 사선으로 가로지른 희미한 울타리를 찍은 작품들은 감상자들은 풍경 너머 존재하는 무한한 휴식과 위안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특히 필름과 암실 작업으로 인화한 그의 사진들은 미세한 농담(濃淡)의 차이를 구현했고, 회화나 디지털사진에서 만나기 어려운 ‘무채색의 정교함’을 경험하게 한다. 신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