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재명 핏자국 왜 지웠나"…음모론 펴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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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때리며 여론몰이 나서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2일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으로 음모론을 제기했다.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정청래 최고위원)며 “배후를 철저히 밝히라”고 했다. “윗선에서 범인을 보호하라는 지시라도 내려왔냐”(박찬대 최고위원)며 대통령실 등의 개입 의혹까지 불 지폈다.
"윗선에서 증거인멸 지시했나"
경찰청 항의방문해 재수사 요구
부산대 패싱 등 총선 전 악재에
부실수사·피습 배후설 불지펴
정치권에선 지지층을 결집해 당 안팎의 악재를 덮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피습 사건 직후 부산·경남(PK) 지역에선 ‘부산대병원 패싱’ 논란으로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 의원들의 탈당으로 당내 균열도 본격화됐다. 하지만 원내 1당 지도부가 무책임한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막무가내식 음모론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경찰의 미흡한 수사를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통상 최고위원들이 여러 주제에 대해 골고루 발언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정 최고위원은 “경찰이 축소 은폐 의혹투성이인 부실 수사, 맹탕 공개수사 발표를 했다”며 “이번 경찰 수사 발표는 무효”라고 했다.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범인의 신상과 범행 동기 등을 제대로 수사해 발표하지 않았다는 게 정 최고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또 피습 장소를 경찰이 물청소하는 영상을 회의석상에서 틀며 “증거 인멸 아니냐. 왜 사건 현장을 훼손하냐”며 “상부 지시 없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했다.
그는 또 “공범은 없고 단독 범행이라고 했는데, 그걸 누가 믿느냐”며 “범인이 칼로 찌르는 장면을 보면 고도로 훈련받은 사람 같다. 배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사건 축소·은폐가 폭로되며 6월 항쟁이 촉발됐다는 점을 윤석열 정권은 명심하라”고까지 했다.박 최고위원은 “경찰이 살인미수범의 신상을 감추는 이유가 의문”이라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어떤 권력 카르텔이 있는 것이냐”며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걸 일선 경찰이 결정할 수 있나. 권력이 개입돼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숨겨야 할 게 있냐”며 음모론에 힘을 보탰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경찰 때리기’에 합세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경찰을 상대로 하는 국정조사나 특별검사(특검) 실시 가능성도 시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野, 악재 속 지지층 결집 시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음모론을 제기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이 이 대표 사건에 대해 브리핑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발표 당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틀이 지나서야 비판을 쏟아낸 것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원칙과 상식’ 의원들은 10일,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탈당했다. 12일에는 장만채 전 전남교육감도 탈당하는 등 당내 동요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피습 후 이 대표가 부산이 아니라 서울에서 수술받은 것을 놓고도 PK 지역을 중심으로 비판론이 비등하다. 이런 가운데 지지층 결속을 위해 피습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경찰이 분명 정권 눈치를 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적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경고성 차원에서 경찰 수사를 규탄할 수는 있어도 법적 조치까지 하겠다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지도부의 과한 언사가 자칫 선거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