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승부수…내년에도 생산량 2.5배로 늘린다

CES 2024에서 생산계획 공개
AI 시대 차세대 메모리 승부수
삼성전자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2.5배 이상으로 늘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의 HBM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삼성전자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진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미주총괄(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HBM의 올해 생산량을 전년 대비 2.5배 키울 것"이라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용량과 처리속도를 높인 반도체다.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가속기(대규모 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에 탑재된다.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투자 결정에는 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HBM 등 메모리반도체의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D램은 AI 가속기 안에서 중앙처리장치(CPU)나 GPU에 붙어 데이터를 함께 처리한다. AI 기술 확산으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면서 HBM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규모는 올해 39억달러에서 2027년 89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사장은 "AI 시대엔 메모리반도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갖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업황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하게 투자 규모를 유지해 향후 시장 확대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수탁생산) 사업의 시너지를 본격화해 HBM 시장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턴키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 파운드리에서 만든 GPU와 메모리 공정의 HBM을 패키징(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까지해 고객사에 원스톱으로 공급하는 전략이다. 한 총괄은 "차세대 HBM(HBM4)은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다하는 삼성의 장점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선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AI용 서버에 대한 투자가 늘고 중국 소비도 반등 시그널이 나오고 있어서다. 온디바이스 AI 확산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한 총괄은 "2025년부터는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블랙스완이 발생하지 않는한 고객사의 주문량은 올라갈 것"

삼성전자 DS부문은 'CES 2024'에서 AI 시대 주도할 차세대 반도체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와 미팅도 수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 수요 대응을 위해 삼성전자는 △12나노급 32기가비트(Gb) DDR5(Double Data Rate)' D램 △HBM3E D램 '샤인볼트(Shinebolt)' △CXL(컴퓨트 익스플레스 링크) 메모리 모듈 제품 'CMM-D' 등을 앞세웠다. 이 제품들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 적합한 제품군이다,온디바이스 AI(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 시대 대응을 위한 제품들 공개했다. 메모리반도체가 CPU의 영역인 연산까지 가능케 만든 LPDDR5X-PIM(Processing-in-memory)이 대표적이다. 빠른 처리속도가 특징인 LLW(저지연광대역폭) D램도 스마트폰 등 온다비이스 AI 기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이밖에 삼성전자는 HBM 등을 생산할 때 활용되는 2.5D(2.5차원)·3D 패키징 '아이큐브' 시리즈도 선보였다.

한 총괄은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 시대에 최적화된 다양한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을 적기에 개발해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