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국민 밉상'?…"아파트 사줄 거라 믿고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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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기관, 최근 한 달 카카오 4000억원 순매수"외국인, 기관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하고 있는데…", "'10만카오(카카오 주가 10만원)' 가면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밉상은 밉상인데 일단 주가만 간다면 '갓범수(신을 뜻하는 '갓'+김범수 카카오 창업주)'다".
개인은 3900억원 내다 팔아
카카오 주가 작년 4월 이후 첫 6만원대 진입
"금리인하 기대감에 빅테크 기업 밸류 상승"
12일 카카오 종목토론실에서 나온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다. 전날 카카오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6만원대에 진입하자 "외국인, 기관만 좋은 일 시켰다"고 성토의 글이 올라왔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0%(1600원) 오른 6만8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가 9개월 만에 '육카오(6만원대 카카오)'에 재진입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의 강력한 매수세 영향이다.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카카오 주식을 1740억원어치, 기관은 2267억원어치 쓸어담았다. 합쳐서 4000억원가량 순매수다. 개인은 이 기간 카카오 주식 3900억원어치를 내다팔았다.
카카오는 2021년 팬데믹 기간 저금리와 비대면에 따른 대형IT주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장중 17만3000원을 돌파했다. 개미들은 2021년에만 카카오 주식을 3조원 규모로 사들였다. 이 기간에 불어난 소액투자자만 200만명에 달해 소액주주만 500만명이 넘는 '제2의 삼성전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팬데믹 종료와 함께 비대면 수혜가 줄어들고 지난해 에스엠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가는 지난해 10월 장중 3만7300원까지 내려앉았다.여기에 골목시장 침탈 논란, 공정거래법 위반, 카카오 먹통 사태, 경영진의 도덕 불감증 이슈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소액주주가 많아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는 '국민 밉상주'로까지 불렸다.
주식시장에서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금리인상 기조가 멈추면서다. 올해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조짐이 보이면서 그동안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관련 없이 주가가 부진했던 대형 IT기업 주식들이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가능성이라는 대외환경과 경영 쇄신을 통해 매출 증가 및 비용통제로 영업 레버리지가 날 수 있다"며 목표가를 5만6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높여 잡았다.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상승할 것"이라며 "카카오의 주가는 당분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움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 자체의 이익 반등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우호적인 환경도 기대되지만 광고 업황까지 회복된다면 이익 성장 탄력도는 더욱 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개월간 카카오 주가에 영향을 미쳤던 우려들은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며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김범수 창업자 주도로 회사 경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