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축복의 키스' 받았던 신경섬유종 환자, 세상 떠났다
입력
수정
2013년 교황과의 포옹 장면 주목돼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축복의 키스를 받았던 희소 질환 남성이 세상을 떠났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든 장벽에 맞선 포용은 보편적 의무"
보도에 따르면 신경섬유종을 앓았던 비니치오 리바가 지난 10일 이탈리아 동북부 비첸차에 있는 병원에서 오랜 투병 끝에 6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리바는 전신에 비정상적인 종양이 생기는 난치성 희소 질환인 신경섬유종 1형(레클링하우젠병)을 앓아왔다. 먼저 돌아가신 어머니도, 여동생도 같은 병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따돌림당하기 일쑤였던 그는 2013년 11월 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방문했다가 교황의 따뜻한 포옹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군중 속에 있는 리바를 발견하고 가까이 부른 뒤 꼭 껴안았다.
교황은 수백개의 혹으로 뒤덮인 그의 얼굴과 머리를 손으로 따뜻하게 어루만졌고 얼굴에 망설임 없이 입을 맞췄다. 리바는 이후 매체 등과 인터뷰에서 지난 40년 동안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준 사람은 교황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리바는 "말 없이 나를 꼭 껴안아준 그는 내 병에 대해 전혀 두려움이 없어보였다"며 "굉장한 따뜻함을 느꼈다"고 밝혔다.이 모습은 당시 큰 감동을 주며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3년 가장 따뜻한 뉴스 2위에 선정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당시 교황의 감동적인 키스가 사회적 낙인 속에 숨어 지내야 했던 신경섬유종 환자들을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베네토주 주지사인 루카 자이아는 애도를 표하며 "교황과 리바가 오랫동안 포옹하는 장면은 모든 장벽에 맞선 포용이 사회 전체의 보편적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을 모두에게 상기시켰다"고 말했다.리바가 살았던 이솔라 비첸티나의 프란체스코 곤조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는 항상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모든 이에게 친절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