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다름을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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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살아 온 환경이 다르다
1960년대에 태어나, 헐벗고 배고픔 속에서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는 그 힘든 순간을 이겨냈기 때문에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생각이 강하다. 노력하면 되는데 왜 최선을 다 하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냐며 질책하기도 한다. 이 세대들의 가장들은 일제 강점기, 6.25전쟁을 겪으신 분들이다. 부모로부터 배운 것은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추위를 피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굶어 죽지 않을 만큼 먹을 것이 있다면, 다른 문제들은 문제도 아니었다. 형제자매들도 많아 누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가는 관심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어린 시기를 힘들게 보냈지만, 부모 세대에 비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통해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최소한 굶지는 않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대가족 중심의 농촌에서 벗어나 도시로 이동하며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았다. 내 자식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많은 노력을 투자했다.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1960년대 태어난 이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요하다.
핵가족화 시대에 부모의 지원이 자녀에게 집중되었다. 국가의 경제 성장과 함께 사회 인프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매우 향상되었다. 조직이나 가장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집단 문화에서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고, 일 그 자체가 주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생활을 즐기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신이 아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치중하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조직에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 적다.
모든 걸 포기하면서 부와 권력을 얻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족이나 애완동물 등 좋아하는 것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여 죽도록 노력해서 큰 성취를 이루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성취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물론 1960년대 세대와 1990년대 세대 모두가 동일한 경제 환경과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1960년대 태어난 이들 중에는 기존의 문화와 제도의 틀을 싫어하고 더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들도 많다. 반대로 1990년대 태어난 이들 중에는 매우 성실하고 근면하며 개인 보다는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몰입하고 혼자 하기보다는 함께 하기 위해 배려하며 희생하는 이도 많다.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1960년대와 1990년대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환경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의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이 경제적 차이는 사회 전반의 교육, 문화 뿐만 아니라 세대간 인식의 차이를 가져옴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이 다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1960년대와 1990년대 직장인의 차이를 조직, 일, 사람의 차원에서 살펴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만약 1960년대 태어난 이들이 직장생활을 하는 1990년, 1990년대 태어난 이들의 2020년을 기준으로 직장과 직업에 대한 동일 문항의 전반적인 의식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면 차이가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지금 시점에서 1960년대생과 1990년대생 직장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항목으로 설문한다면 직책과 경험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까 궁금하다.
4가지 항목에 대해 1960년대 태어난 직장인(A그룹)으로서 1990년대 태어난 직장인(M그룹)의 인식의 차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회사에 대한 인식이다. A그룹이 입사할 당시 회사는 평생 직장이었다. 회사는 생계를 책임지는 곳이며 일을 배웠고 상사와 선배 그리고 동기와 후배와 만남을 가지는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중한 장소였다. 그 안에서 성장하고 승진하여 관리자, 경영자가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목표였다. M그룹에 있어 회사는 내가 일을 해 주고 급여를 받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평생 직장이라는 인식은 깨진 지 오래고, 실력이나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지 내친다는 생각이 강하다. M그룹도 지금 머무는 회사에서 업적이나 경쟁력을 쌓고 가치를 올려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있다. A그룹 입장에서는 M그룹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둘째, 일에 대한 열정이다. A그룹은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것이 누구의 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일이 있으면 당연히 야근을 하고 마쳐야만 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한 세대이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 알아서 일을 만들어냈고 눈치껏 일을 했다. M그룹도 일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를 배우고 성과 내는 일에 많은 열정을 쏟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담당하는 일이다. 자신이 담당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일에 대해서는 열정을 찾기 어렵다. 알아서 눈치껏 일을 지시 받거나 하기 보다는, 얻고자 하는 바와 큰 틀 및 구체적 지시를 받아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글로벌과 디지털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의 범위와 효율성은 매우 높다.
셋째, 직장 내에서의 관계 관리이다. A그룹은 평생직장이기 때문에 담당하는 일과 무관하게 두루두루 폭 넓은 관계를 맺었다. 처음 만나는 직장내 선배와 상사에게도 깍듯하게 예의를 다하고, 요청하는 것을 최대한 수용한다. 좋은 인간관계가 직장 내 인정과 승진의 원동력이었다. M세대도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자신이 속한 조직과 직무와의 연관성 상의 인간관계이다. 예의범절을 지키고 상호 존중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회사 직원이지만, 관련 없는 사람들과 만나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한다.넷째, 규정과 관행에 대한 인식이다. A그룹은 자신의 일은 다했고 퇴근 시간이 지났어도 속한 조직이 바쁘면 함께 남아 뭔가 도움이 되려고 한다. 회식도 당연히 참석하는 것이고, 복장은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M그룹은 내 일을 다했고 퇴근 시간이 지났으면 타 팀원이 바쁜 것은 그들의 사정이다. 술 마시고 사회와 잔심부름하며 회사 일로 교훈적 이야기 듣는 회식은 회식이 아닌 근무의 연장이라 생각한다. 일하는데 지장이 없고, 남이 볼 때 민망하지만 않으면 되지, 일과 복장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생각이 강하다.
세대의 차를 지켜보며 2가지를 느끼게 된다.
하나는 분명 다름이 있다는 점이다. 이 다름을 인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확대해 가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다른 하나는 어떤 세대에 속해 있다고 그 세대의 특징을 개인에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개인이 보여주는 성향과 언행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함이 옳지 않은가?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에 대한 관심, 진정성, 성장시키겠다는 마음이 적극 표현된다면, 상대도 나에게 좀 더 관심을 보이지 않겠는가?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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