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500% 급증…스타트업 운명 바꾼 CES 혁신상
입력
수정
지면A13
CES 혁신상의 경제학
엔씽·알고케어 투자유치 탄력
올해 韓 수상 기업 116개 달해
룬랩, 도트힐 등은 문 닫아
"혁신상이 성공 담보하진 않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의 K-스타트업 통합관. 한국벤처투자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561883.1.jpg)
○혁신상 수상 후 투자 급증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563807.1.jpg)
혁신상은 기술력을 증명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매출과 이용자 수 등 성과 지표가 없어 기술력 증명이 어렵다. CES 2018 혁신상을 받은 링크플로우는 미국 50개 주에 360도 카메라 1만 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혁신상을 받고 세계 최대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4억원을 모금하며 기술 개발을 본격화할 자금을 마련했다. 올해 4년 연속 수상한 헬스케어 업체 알고케어 관계자는 “상을 받은 뒤 투자사들의 문의가 쏟아져 첫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업화 역량은 담보 못해
CES 혁신상의 심사 기준은 엔지니어링, 디자인, 혁신 등 세 가지다. 제품 기능과 의도한 사용 방식 등을 판단해 엔지니어링 점수를 책정한다. 디자인은 제품 미학과 사용한 재료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특허가 있거나 삶을 바꾸는 기술 등이 있으면 혁신 점수를 높게 준다.VC업계에서는 CES 혁신상 수상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사업화나 마케팅, 영업과 관련한 역량은 혁신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스마트 생리컵으로 CES 2019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룬랩은 곧 폐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기업은 창업 당시만 해도 SK텔레콤이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았지만 끝내 사업에 실패했다.2022년 혁신상을 받은 헬스케어 로봇 스타트업 도트힐은 지난달 폐업했다. 상을 받은 지 2년 만이다. 6억원이 넘는 적자에 허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트힐은 자세 교정을 돕는 AI 로봇 모니터로 상을 받았다. 체형과 수면 상태에 따라 자동 조절되는 스마트 베개로 혁신상을 받은 메텔은 4억원 가까이 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지난해 6월 사업을 정리했다. VC업계 관계자는 “혁신 기술과 참신한 사업 모델은 성공으로 가는 첫 관문”이라며 “그 후에도 고객을 만들고 매출을 올리는 지루한 자격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