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 천연가스 도입의 '그림자'…시장 운영 방식 개선해야

송재도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국제 천연가스 시장은 대규모 장기 투자가 수반되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 위주로 운영되는 과점 체제다. 현물 거래 비중이 약 20%에 지나지 않아 비계획적인 수요가 발생하면 적기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고가 구매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그간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안정적인 국내 천연가스 공급을 담당해 왔다. 공급 가격은 다양한 시기, 다수 도입 계약 가격의 평균으로 결정돼 가격 안정성을 꾀하는 평균요금제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 공급 체계는 민간 발전사 등이 직접 가스를 들여오는 ‘직수입 제도’가 1998년 법제화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과거보다 낮은 상황이 유지됐는데, 이때 가스공사 평균요금제는 2014년 이전 국제 가스 가격이 높았던 때에 이미 맺은 계약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반면 가격이 낮아진 시점에 신규 계약을 체결한 직수입 사업자의 도입 가격이 더 싼 경향이 나타났고, 직수입 물량은 빠르게 증가했다.그런데 만약 직수입이 아니라 2014년 이후 낮아진 가격의 신규 계약 물량을 가스공사가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평균요금제 가격이 낮아지면서 직수입 사업자가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직수입 물량만큼을 가스공사가 낮은 가스 가격에 들여왔으면 국민이 내는 요금 수준 또한 떨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직수입 물량은 민간 발전사들이 자가 소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지만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물량은 국민의 난방용 소비가 많다.

평균요금제 가격 인하 기회의 상실은 직수입과 평균요금제 간 가격 차이를 확대한다. 가장 비싼 발전기의 비용 기준으로 정산하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상,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싸게 도입한 직수입자의 이윤으로 귀속된다. 평균요금제를 적용받는 비싼 발전기가 한국전력의 전력구매가격 기준이 되면서 한전의 적자도 심화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3조원, 한전의 최근 3년간 영업적자는 45조원에 달한다.

또 직수입 사업자는 가스공사와 달리 수급·비축 의무가 없어 국제 시황이 유리할 때만 선택적으로 구입량을 늘리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가스공사가 시황이 좋지 않을 때 더 많은 천연가스를 비싸게 들여와야 하는 탓에 결국 가스·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직수입자의 ‘체리 피킹’으로 인한 가스공사의 추가 구매 물량은 2022년 기준 172만t, 3조9000억원어치에 달했다. 이 또한 결국 가스·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요인이라고 하겠다.

이처럼 현재 천연가스 도입 제도는 구조적으로 직수입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직수입 제도에 대한 보완과 전력시장에서의 보상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 도입 가격 하락 시 이익이 전체 국민에게 돌아가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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