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 자유진영의 승리…외교·안보 환경은 더 엄중해졌다

전 세계의 주목을 끈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반중 노선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당선됐다. 투표일 직전까지 무력시위와 함께 경제 제재를 들먹인 중국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통하지 않았다. 라이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에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고 밝혔듯, 대만 유권자의 선택은 민주주의와 주권 국가로서의 자유였다.

하지만 그만큼 양안관계가 험악해지고 그를 둘러싼 미·중의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6년 현 차이잉원 총통 집권 이후 대만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였던 중국에는 더 강경한 독립 노선을 가진 라이 후보의 당선과 민진당의 12년 연속 집권은 악몽 같은 결과일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을 통해 “이번 두 선거(대선과 총선) 결과는 민진당이 섬(대만) 안의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절하하고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안관계가 한층 더 악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군사적 압박을 통한 위기의 일상화, 대만산 일부 제품의 관세 감면 중단 등 5월 20일 총통 취임식까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적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의 한 싱크탱크는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초기 단계의 해상 봉쇄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는 대만에 대한 부분적인 해상 봉쇄만으로도 국제 공급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진단이다.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면 한국 역시 반사이익이 아니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해상 운송망의 3분의 1가량이 대만해협 및 주변 해상교통로를 통과하는 한국으로서는 국가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만 국민이 자유진영 후보를 선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경제와 안보에 미칠 파장에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보다 원만하고 현명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도 변수가 많은 만큼 외교·안보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대응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