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장남 반발…"주주 소통없는 독단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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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가능성은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사진)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이 지난 12일 맺은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에 반발하고 있다. “필요하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번 계약을 주도한)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을 바꾸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다만 투자은행(IB)업계에선 지분율 구성 등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임종윤 사장, 갈등 전면전은 부담
당분간 '대화 모드' 유지할 듯
임 사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주주, 임직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한 건 잘못됐다”며 “창업회장님이 작고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런 식의 일방적인 결정이 빈번하게 이뤄졌고 한미약품그룹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9.91%를 보유 중이다. 한미약품의 사내이사이자 미래전략을 총괄하는 사장 직책을 맡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자리에선 2022년 3월 물러났다.
임 사장은 행동주의펀드 및 사모펀드 등과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하지만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과 전면적인 갈등을 벌이는 모양새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제약회사는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불필요한 잡음이 일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분간 ‘대화 모드’를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도 이날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이사회 결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데다, 임 사장이 당장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어서 양사 간 대주주 지분 맞교환 계약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의 이사회 구성원이긴 하지만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는 아니다.그러나 임 사장이 우호 지분을 확보해 이사회 구성 변경을 시도한다면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 사장은 동생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과 긴밀히 소통하며 이번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두 형제의 지분을 합치면 20%에 달한다. 여기에 지분을 1~2%씩 쥐고 있는 친인척들까지 만약 가세한다면 송 회장 모녀, OCI그룹 등의 지분율(신주 포함 27%)과 비슷해진다.
투자은행업계에서는 그렇게 될 경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키를 쥐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임 창업회장의 친구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 중이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