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 역차별하나"…리모델링 아파트들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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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부터 달라진 재건축·리모델링 사업
필로티 전용·조합원 분담금 부담 등도 악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10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단지들의 규제를 완화하는 패스트트랙 정책을 발표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이 불리해졌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성이 떨어지지만 규제 문턱이 낮아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됐다.1·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선도지구 지정, 용적률 상향 등 혜택도 뒤따른다.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의 출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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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한 단지 조합원은 "정부에서 재건축 사업을 제대로 밀어주고 있지 않느냐. 역차별이나 다름없다"며 "리모델링 사업은 완전히 찬밥 신세가 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필로티 '수직증축'·조합원 분담금 부담 확대 등도 악재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내에서도 말이 나오긴 마찬가지다. 평촌에서 리모델링 허가를 받은 한 단지에서는 "재건축으론 사업성이 안 나와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것이지만 정부가 이렇게나 규제를 완화해주는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이 단지 인근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조만간 열릴 리모델링 분담금 총회에서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나마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경우 일반 분양 물량이 꽤 많다. 이보다 사업성이 낮은 리모델링 단지들은 일반 분양 물량이 많지 않다. 결국 조합원들이 분양해야 하는 금액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거주하는 한 조합원은 "아무래도 일반 분양 물량이 적어 통상적인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보다는 더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속도가 재건축, 재개발보다 더 늦어지면 돈이 더 늘어날 게 뻔하지 않느냐. 부담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당분간 속도 내기 어려워"
리모델링 업계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리협은 최근입장문을 내고 "서울의 고(高) 용적률 단지의 경우 종 상향이 되더라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 중 하나인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전문가들은 당분간 리모델링 단지들이 속도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사업 시작 출발선부터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며 "재건축 단지와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던 단지들의 선택지는 확실해졌지만, 재건축을 추진할 수 없는 단지와 이미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들은 당분간 사업이 난항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