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대통령 당선인, 여야충돌로 국회절차 늦어져 취임 지연

여소야대 국회, 여당 의원 '국회의장단 피선 자격' 놓고 정면충돌
야 "여당 의원들, 정당활동 정지돼 무소속" vs 여 "아무 문제 없어"
중미 과테말라에서 여당 의원의 국회 의장단 피선출 자격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당초 14일(현지시간) 예정됐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65) 대통령 취임 절차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과테말라 국회는 당초 이날 총선(지난해 8월 실시)을 통해 당선된 160명 의원들의 임기 시작과 함께 대통령 취임 선서 등 새 정부 출범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여당인 '풀뿌리운동'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에 따른 당 활동 정지 명령 이력 등을 내세워 여당 의원들의 의장단 피선 자격을 문제 삼고 나섰다.

야당은 "여당 측 의원들은 원칙적으로 현재는 원내 비교섭단체인 무소속"이라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자당 소속 의원들이 의장단으로 선출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으나 여야 간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전체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고 국회 생방송과 프렌사리브레 등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과테말라 국회는 현재 여소야대 체제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 오후 3시 과테말라 국립극장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던 대통령 취임 행사도 미뤄지고 있다. 국회에서의 관련 절차 지연으로 대통령 취임식 자체가 연기된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국정 발목잡기'라고 항의하며 거리행진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에는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을 비롯한 중남미 정상과 주요 인사, 브라이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 등이 와 있다. 과테말라 수교국인 대만의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도 입국했다.
좌파 성향의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지난해 8월 실시된 결선 투표에서 중도우파의 산드라 토레스(68) 후보를 득표율 20% 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앞서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과테말라에서 좌파 성향 후보가 당선된 건,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2008∼2012년 재임) 이후 처음이다.

후안 호세 아레발로 베르메호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의 아들인 그는 과테말라 역사상 처음으로 '부자 대통령' 역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버지 아레발로 전 대통령은 1944년 과테말라 혁명 이후 이 나라를 이끈 첫 좌파 민선 대통령이다.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은 소속 정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야당의 각종 정치적 공격으로 당선 후 이날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상황이다.

아레발로 소속 정당의 당원 부정 등록 의혹을 살피는 과테말라 검찰은 여러 차례 압수수색과 당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벌였다.

이에 대해 아레발로 당선인은 "검찰 일부 세력이 수사와 기소라는 헌법적 기능에서 완벽히 벗어난 쿠데타를 진행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아레발로 지지자들도 콘수엘로 포라스 검찰총장 해임과 관련 수사를 주도하는 라파엘 쿠루치체 특별검사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지속해 전개했다.

포라스 검찰총장과 쿠루치체 특검은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전 정부 부패 혐의 수사 방해 등을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부패 인사 등으로 지목받은 바 있다.
과테말라 새 정부가 출범한다면, 정책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외교 분야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고 몇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만 수교국' 과테말라의 노선이 중국 쪽으로 크게 기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선인은 이에 대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대만과 단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전날 아레발로 새 정부 장관 내정자 측과 환담하기도 했다고 현지 일간지인 프렌사리브레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