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에 대표단 보냈지만…"시진핑 자극 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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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위직 구성…"양안 관계 안정 메시지"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反中)·친미(親美)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승리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 대표단을 파견해 환영 인사를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티븐 J 해들리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B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2명이 14일 밤늦게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이들은 15일 중 대만 주요 정치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대만 주재 미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의 로라 로젠버거 회장이 이들과 동행한다.로젠버거 회장은 “이전의 총통 선거 때처럼, 미 정부는 전직 고위 관리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대만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대표단은 (대만 정계에)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른 데 대한 축하 인사와 함께 대만의 지속적인 번영과 성장에 대한 지지 의사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안정 및 평화에 대한 미국의 오랜 관심 등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민진당이 정권을 잡았던 2000년, 2016년 선거 이후에도 대만에 대표단을 보낸 전례가 있다. 국민당이 정권을 되찾았던 2008년에는 AIT 회장만 대만을 찾았고, 전직 관료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일각에선 미 대표단이 중국 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표단이 과거 대비 비교적 고위직을 역임했던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국가 대 국가로 공식적인 만남을 갖는 데 민감하게 반응한다.다만 대만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 대표단의 방문에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며 “순전히 전례에 따른 것이며,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있은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중국 정부를 적극적으로 도발할 의사는 없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실제로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FT는 바이든 대통령의 표현에 대해 “미국이 대만 정책과 관련해 구사하는 가장 표준적인 언어 중 하나”라며 “양안 갈등이 양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강압 없이 평화롭게 해결돼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대표단 파견의 목적이 민진당과의 밀착보다는 라이칭더 정권의 집권 구상을 보다 명확히 파악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의견도 있다.
비영리단체 카터센터의 야웨이 리우 에디터는 “바이든 행정부에는 독립 성향의 라이 총통이 독립운동가로서의 자신의 이력을 어떻게 이어갈지 시기적절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통이라는 자리는 (라이가 지금까지 거쳐왔던) 독립운동가, 국회의원, 총리, 부통령 등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행적으로 미래를 판단할 순 없다”며 “라이 총통은 자신이 잘 해내지 못하면 상황이 불안정해질 거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드럽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한편 글로벌 금융 시장에선 대만 대선과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국민당이 승리, ‘여소야대’ 국면이 형성된 것을 두고 “현상 유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증시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진 않을 거란 관측이다. 작년 한 해 대만 증시는 24% 상승하며 아시아 주요 증시를 능가하는 성적을 보였다.삭소은행의 중국 담당 전략가인 레드먼드 웡은 “민진당은 입법부에서 과반을 얻는 데 실패했고, 이는 라이 총통의 권력 기반을 약하게 함과 동시에 야당의 입김이 커지게 만들 것”이라고 봤다. 그는 총통 선거 결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야당이 ‘신남방 정책’에 따른 무기 구매, 해외 원조, 보조금 등 관련 법안을 포함해 라이 행정부의 예산안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대만 독립을 위한) 정책들이 교착 상태에 놓이면, 향후 4년간 대만 정권은 ‘중도’ 성향을 띠게 돼 금융 시장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