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男 "필리핀 정착 '신의 한 수'"…2500억 '잭팟'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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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테릭스·그레고리 모두 한국 회사 손 거쳤다
아웃도어 용품 ODM 강자 상장기업 동인기연
블랙다이아몬드 등 글로벌 고객사 40여곳
정인수 대표 "품질과 타협한 적 없어"
![동인기연 정인수 대표가 최근 서울 방화동 아토판지아에서 자사 브랜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568328.1.jpg)
인체공학 기반해 가볍고 튼튼한 제품 만들어
유가증권시장 상장 중견기업 동인기연은 아크테릭스, 그레고리, 블랙다이아몬드 등 전세계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배낭을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든다. 불편한 업체와 거래를 끊었지만, 여전히 글로벌 고객사는 40여개에 달한다. 극단적인 자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에 기반해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덕분이다.동인기연이 만드는 전문가용 등산배낭은 세계 시장 점유율 약 45%에 달한다. 그 덕에 1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22년 2505억원, 영업이익은 427억원까지 올라섰다. 정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때 막혔던 여파로 재고가 쌓여있었는데 이제 다 소진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서울대 졸업 후 현대중공업에 다니던 정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상경하라는 아버지 호출에 서울로 갔다. 이후 1992년 동인기연을 창업했다. 배낭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 생산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발품 팔아가며 해외 영업하던 중 ‘봉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미국 켈티사의 요청에 영역을 넓혔다.
![동인기연의 필리핀 사업장 중 한 곳.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등산용 배낭 등을 만든다. 동인기연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568362.1.png)
초기부터 필리핀에 정착, 현재 근로자만 1만명
정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필리핀에 터를 잡았다. 현재 필리핀 공장 근로자만 약 1만명에 이른다. 필리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배낭의 양은 연간 550만 개, 최대 3000억원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영어가 통한다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 등의 이유로 필리핀을 선택했는데 ‘신의 한 수’였다”며 “필리핀에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정 대표는 2022년부터 새 도전에 나섰다. 자체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인 것. 하이엔드 아웃도어 브랜드 ‘인수스(Insooth)’, 캐쥬얼 백팩을 만드는 ‘디나이언트(Dinaient)’ 등이 대표적이다. 등산용품 외에도 유아·반려동물용품 시장까지 개척했다. 특히 가벼우면서 고강도인 유아용 카시트는 지난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때 미국에서 5600개 ‘완판’ 기록을 세웠다. 정 대표는 “코로나19때 일부 파트너들의 변심을 겪어보니 내 브랜드가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