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정말 못 사나" 혼란…말 아낀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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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말 하면 안된다"'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금융당국 승인을 즈음해 '국내 거래는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더해지자 시장과 업계 안팎이 시끄럽다. 이런 가운데 정책당국인 금융위원장은 취재진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美 현물 비트코인 승인 이후 韓 시장은 혼선
당국 "거래 불가" 입장에 갈피 못 잡는 시장
"긍정 검토될 여지도 충분…다만 논의 필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약식'이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서둘러 차량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들이 질문을 하려 하자 "(오늘 질문은) 말하면 안 된다. 그런 것 말하면 큰일난다"고 말하면서 차에 탔다.당초 대변인실 측에선 이날 행사 전후로 김 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따로 취재진 질의응답을 받지 않기로 사전 공지한 상태였다. 다만 현재 시장의 주요 관심이 비트코인 ETF에 쏠려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발언은 '아직 내부적으로 관련 사안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위는 일요일인 전날 오후 두 차례나 보도 참고자료를 내는 등 비트코인 ETF를 두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비트코인 현·선물 상품의 국내 발행과 거래를 두고 시장 안팎에서 논란이 재생산됐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 오랜 숙원이었던 비트코인 현물 ETF이 비로소 미국 금융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승인된 지난 11일 저녁 금융위는 입장자료를 내고 국내 투자자들은 이 ETF를 살 수 없다는 점을 전했다. 금융위는 당시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현행 자본시장법에선 ETF가 기초자산인 지수를 따라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은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 농축산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기타 등을 인정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여기에 비트코인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단 판단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정부의 공식적인 '유권해석'은 아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입장 자료인 만큼 적어도 업계에는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줄줄이 공지를 띄워 해외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신규 매매를 막고,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의 매매 제한 사실을 알렸다. 일부 증권사들은 기존에 해외 상장돼 활발히 거래되던 '비트코인 선물 ETF'의 거래까지 중단에 나서는 해프닝까지도 일어났다.
해당 발표 이후 투자자들과 업계 사이에서 논란이 가중되자 당국은 지난 주말 추가로 두 번의 입장을 더 내놓았다. 해외 상장 비트코인 선물 ETF는 법 위반 검토 대상이 아니며,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에 대해서도 '완전 금지'를 최종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선물 ETF와 달리 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보겠단 입장이다.금융위는 전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국내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발행하는 것이나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미국은 한국과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위는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고,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시간을 두고 논의해 가면서 문제되는 부분들은 풀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장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분들이나 시장에서 이야기하는 '대세'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공감된다"며 "긍정적으로 검토될 여지도 충분하지만 조심스러운 사안인 만큼 단정짓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