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가슴이 뛰고 엉덩이가 들썩인다…뮤지컬 ‘스쿨 오브 락’

조명이 꺼지고 드럼 소리가 심장 박동처럼 공연장을 울린다. 일렉트릭 기타의 선율이 공기를 가르자 극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뀐다. 마치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가 아닌 록 콘서트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록 음악이 전하는 에너지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관객을 빨아들인다. 락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3시간에 달하는 런닝타임 내내 객석을 들썩이게 한다.‘스쿨 오브 락’은 동명의 영화를 ‘캣츠’, ‘오페라의 유령’으로 알려진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록스타가 되고 싶지만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주인공 듀이 핀이 명문 초등학교에 위장 취업해 학생들에게 록 음악을 가르친다는 스토리가 담겼다. 록 밴드 경연대회인 ‘밴드 대전(Battle of the Bands)’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듀이도 책임감을 배우며 성장한다.

원작과 비교해 뮤지컬은 아이들의 성장에 더 집중한다. 음악을 향한 열정을 발견한 학생들과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부모와 갈등하는 장면이 추가됐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묵살된 아이들의 고민이 더 뼈저리게 전해진다.
아이들의 심리 묘사는 극적인 효과를 키운다. 학교와 부모에 반기를 들고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짜릿함이 느껴진다. 아역 배우들이 악기를 잡을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극 내내 아무 말 없이 소심하게 구석에 서있던 토미카가 무대 중앙으로 나와 열창하기 시작하면 벅차오름이 밀려온다. 마치 내 자식의 장기자랑을 보는 듯한 감격까지 느껴진다.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밴드 대전(Battle of the Bands)’이 막을 열자 공연장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락 콘서트의 관중이 된다. 능수능란하게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를 휘젓는 아이들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놀랍다.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객석을 휩쓸었다. 중지와 약지를 접어 하늘로 치켜드는 로큰롤 제스처가 객석 곳곳에서 흔들렸다.
완성도 높은 연출도 돋보인다. 극 초반 설정과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장면들을 압축해서 자연스럽게 소개한 점이 인상적이다. 길어질 수 있는 독백은 적절히 음악과 조합해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다. 록 음악 사이에 아이들의 합창, 교장 선생님의 솔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섞여 피로하지 않았다.

'스쿨 오브 락'은 록 음악의 에너지와 코미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이미 영화를 봐서 결말을 알고 있더라도, 록 음악에 관심이 없더라도 가슴이 뛰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경험을 선사한다. 공연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3월 24일까지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