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높은 韓·홍콩 증시 하락 커…"2월까지 박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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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월 '최악 성적표'올해 들어 한국 증시는 홍콩 증시와 더불어 세계 주요 20개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미국 S&P500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향해 달려가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세계 주요증시 중 '꼴찌' 수준
반도체·배터리 대형주 실적 부진
지난해 말 상승분 다 토해내
글로벌 증시 양극화 뚜렷
日 닛케이, 역대 최고 돌파 눈앞
美 S&P500, 이번주 최고치 넘봐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가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하락세에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화했다는 설명이다. 중국 경기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는 한국과 홍콩 증시가 가장 많이 빠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의 경기 부진이 이어지며 중국 경기와 밀접한 한국과 홍콩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대만증시, 한국거래소 시총 추월
15일 코스피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한 뒤 9거래일 만에 상승했다. 장 중 하락세를 이어가다 기관투자가가 매수세로 전환하며 간신히 하락을 멈췄다. 8거래일 연속 하락은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의 최장기간이다.코스피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각각 4.87%, 4.93% 떨어지며 세계 20대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2.98% 하락해 세 번째로 크게 떨어졌다. 멕시코, 브라질,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도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반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직전 거래일보다 324.68포인트 상승한 35,901.79로 마감했다. 작년 말 이후 이달 15일까지 7.28% 올랐다. 지난 5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런 강세장에 힘입어 최근 도쿄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이 달러 환산 기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 시총을 추월해 3년 반 만에 아시아 1위에 복귀했다. 대만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거래소 시총을 추월했다.
튀르키예 BIST100지수는 12일까지 7.75% 올랐다. 미국 S&P500지수는 0.29% 근소하게 오르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월가에서는 S&P500지수가 이번 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표 기업 실적 개선돼야 반등”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 조정 국면에서도 국내 증시가 유독 부진한 이유로 △주요 기업 실적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 약화 등을 꼽고 있다.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16개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총합은 236조4120억원으로 한 달 전(238조6790억원)보다 2조2670억원가량 줄었다.지난 9일 삼성전자가 증권가 기대에 못 미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다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 역시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내놓자 전반적인 기업 실적 전망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당분간 박스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박스권(2012~2016년) 장세에서 주가 고점 대비 저점이 평균 8% 차이 난 것을 고려하면 코스피지수가 2460선까지 밀릴지도 모른다”고 했다.국내 시총 상위권에 2차전지·전기차 관련주가 다수 포진한 것도 전체적인 증시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올해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 전망이 크게 꺾이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시총 상위 20개 상장사 가운데 전기차·2차전지 관련 종목 시총이 차지하는 비중은 25.5%에 달한다.
북한의 도발과 대만 총통 선거 등으로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요 종목 선물을 미리 매도하는 등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3조813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윤아영/배태웅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