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에 넣었으면 4000만원 벌었을 텐데"…LG엔솔 '쇼크'

LG엔솔 주가 40만원 밑돌아…2개월 만
연기금, LG엔솔 순매도하며 주가 내리막길

4분기 '어닝 쇼크'…증권사 눈높이 낮아져
"미국 사업·테슬라 밸류체인은 호평…'최선호주' 의견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차전지 대장주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4분기 기록한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와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증권가는 전기차 수요 둔화를 우려하며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목표가를 낮추고 있다. 다만 2차전지주 중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은 39만9500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40만원을 밑돈 건 작년 11월 2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공매도가 금지되며 49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모습이다.기관 투자자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시장에 내놓으며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1개월간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은 2216억원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 중에선 연기금이 1671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262억원, 982억원을 순매수했다.

2022년 1월 상장 이후 줄곧 지켜오던 코스피 시가 총액 2위 자리도 SK하이닉스(97조6251억원)에 내준지 오래다. 지난 11일 장중엔 잠시 2위 자리를 되찾기도 했지만, 장이 마감할 때까지 우위를 지키지 못했다. 현재 두 회사의 시가 총액 차이는 4조1421억원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전지/사진=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소액주주의 한탄이 이어졌다. 한 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한 지 곧 1년이 되는데, 손실이 2억5000만원"이라며 "예금에 넣었어도 4000만원을 벌었을 텐데, 60층(주가 60만원대)에서 구조대 오기만 기다린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52주 최고가(62만원)에 비해 35.6% 낮다.당분간 시총 2위 탈환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데, 니켈과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도 하락해 배터리 평균 판매단가도 내려갔다.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러한 현실은 작년 4분기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잠정)이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8조1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42.5% 증가한 3382억원을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치(59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LG에너지솔루션 실적에 대해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부진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 양극재 가격은 올해 1분기, 배터리 가격은 2분기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차전지 업황은 수요 회복에 대한 확인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 사진=연합뉴스
증권가 눈높이도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하이투자증권(60만원→53만원), 다올투자증권(58만원→52만원), 신한투자증권(55만원→50만원) 등이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내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개월 전 4조1989억원이었던 올해 LG에너지솔루션 연간 영업익 추정치도 3조7415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유안타증권과 메리츠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을 2차전지 내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업황은 어렵지만, 미국 사업 경쟁력에 힘입어 주가가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외국우려기업(FEOC) 정책과 맞물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자본이 25% 이상 투입된 기업을 FEOC로 지정하고, 해당 기업의 부품이 들어간 전기차에 보조금을 끊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한 점도 호평받았다. 노 연구원은 "테슬라는 작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경신하는 등 전기차(EV) 수요를 우려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4680 배터리' 양산을 시작으로 테슬라에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 매출 성장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사이버트럭 등 새로운 폼팩터(형태)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2차전지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져 단기 트레이딩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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