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사 조절 메커니즘으로 새 난치성 항암 치료물질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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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硏 리포트전체 암 발생 2위이자 남성 암 발생 1위를 차지한 ‘위암’. 그중 위의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 및 그 이상의 단계로 진행되는 위암을 ‘진행성 위암’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치료제 중 1차로 권장하고 있는 약물을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중앙생존 기간(종양생존기간)은 10개월 정도로 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 때문에 대다수 위암 환자가 2차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항암제 단독투여보다 다른 약물과의 병용 투여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1·2차 항암치료제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조합이나 타깃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러 항암제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암은 약물로 치료하기 어려워 수술이 우선시 되고 있으며 특히 암이 위의 점막하층을 지나 근육층 이상을 뚫고 들어간 ‘진행성 위암’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 진행성 위암은 쉽게 전이되고 기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지며 재발하기 때문에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오미희 생물방어연구센터 박사
최근 세포를 죽게 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세포사멸기작) 중 페로토시스(Ferroptosis)가 항암제 내성암을 비롯한 여러 난치성 암을 사멸시키는 새로운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유형의 치료 저항성 암세포, 특히 중간엽 및 분화 특성이 있는 암세포는 페로토시스에 더 취약하다. 페로토시스에 의해 어떻게 암세포가 죽는지 이에 대한 작용기작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페로토시스의 유도는 치료 저항성, 전이 경향이 있는 암세포를 사멸시키기 위한 유망한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항암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암종의 치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페로토시스 기반의 암 치료용 조성물 개발 및 기전 연구 필요성도 대두된다.페로토시스는 비교적 최근에 명명된 세포사멸 메커니즘으로 세포 내 철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세포막을 구성하는 기름층이 쓰고 남은 산소에 의해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세포막 인지질의 산화가 과도하게 이뤄지는 현상이다. 이는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에 손상을 입혀 세포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연구팀은 탁월한 세포사멸 기전을 가진 페로토시스를 항암 치료제로 이용하기 위해 페로토시스 유도제와 403개의 대사 약물을 혼합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페로토시스 유도제(RSL3)와 포스포라이페이스 A2(인지질 가수분해효소 A2) 억제제(다라 프라딥)의 조합이 항암제 내성암을 비롯한 여러 암을 효과적으로 사멸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다라 프라딥은 혈관에 지방질이 들러붙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동맥경화증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가 중단된 신약후보 물질이다. 연구팀은 다라 프라딥이 산화된 인지질인 PE를 리소포스파티딜에탄올아민(lysoPE)과 유리 지방산(FFA)으로 분해되는 것을 억제해 페로토시스가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분해가 잘 이뤄져야 세포 내에 나쁜 물질이 축적이 되지 않아서 세포가 잘 사는데, 산화된 인지질이 세포에 점차 쌓이면서 이들이 독성물질로 작용해 세포를 죽게 하는 것이다. 즉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활용해 난치성 위암의 새로운 치료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항암 내성 위암을 비롯한 다양한 난치성 암 치료에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