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화가] 반전운동 앞장선 獨 판화가 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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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죽을 만큼 죽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쓰러지지 않게 해주세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는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전쟁을 위해 노인과 아이들의 동원까지 거론되던 시절이다. 3년 전 막내아들을 전장에서 잃은 그는 목판화 연작집 ‘전쟁’(1922~1923)을 제작하는 등 반전 운동에 앞장섰다.콜비츠는 1867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났다. 석공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2세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초기 작품들은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노동자 지구에서 생활하며 목도한 현실을 옮긴 대표작 ‘직공들의 반란’ 등을 제작했다. 여성 최초로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회원이자 명예교수로 위촉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빛나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1933년 독일을 장악한 나치는 반전 운동 등 사회 참여적 메시지를 전하던 그의 작품 활동을 가로막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집이 폭격에 노출돼 상당수 작품이 소실됐다. 콜비츠는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45년 4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로 콜비츠의 작품이 재조명받았다. 지난해 말 케테 콜비츠 평전이 국내 출간됐고, 그 전인 작년 5월까지 제주에서 콜비츠전이 열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