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날아간 中총리 "EU, 첨단기술 수출 제한 풀어달라"

사진=XINHUA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유럽연합(EU)에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이 리 총리를 비롯한 대규모 사절단을 다보스포럼에 파견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리 총리는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EU와의 관계 심화는 항상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라며 첨단 기술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19 이후 다보스포럼에 처음 참석한 중국 최고위직 인사다.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언급했듯이 중국과 EU의 관계는 전략적 중요성과 글로벌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며 "변화와 격랑으로 가득한 오늘날의 세계에서 양측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양측의 공동 노력의 결과"라고 운을 뗐다. 이어 "중국은 EU로부터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할 의향이 있다"며 "EU가 첨단 기술 제품의 수출 제한을 풀고 양측이 같은 방향으로 협력해 중국-EU 간 무역이 더 균형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 ASML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은 "ASML가 만드는 첨단 노광장비의 마지막 중국 수출 물량 3대마저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ASML의 수출 중단을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이라 표현하며 네덜란드를 향해 "계약 정신을 존중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보스포럼에서도 리 총리는 "중국은 EU와 함께 자유무역·공정경쟁·개방협력 등 시장경제의 기본 준칙을 지킬 용의가 있다"며 "EU가 경제·무역 문제에서 공정·합법·투명·공평으로 중국 기업을 대하고, 제한적인 무역 정책을 도입하는 데에 신중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