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브로드웨이 입성

韓 창작 뮤지컬 첫 오픈런 공연

국내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
미국 현지 배우들과 영어로 제작
"제작 모든 과정을 단독으로 진행"

3월부터 뉴욕 대형 극장서 공연
국내 홍보용 한시적 이벤트 넘어
'뮤지컬의 메카'에서 당당히 경쟁
한국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위대한 개츠비’ 초연 장면. 개츠비 역할의 제러미 조던(왼쪽)과 데이지 역할의 에바 노블레자다 등 배우들을 모두 미국 뉴욕 현지에서 캐스팅했다. /제러미 대니얼 제공
국내 제작사가 미국에서 현지 배우들과 영어로 제작한 창작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국내 제작사가 주도해 만든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메카’로 꼽히는 브로드웨이 내 주요 극장에서 오픈런(기간이 정해지지 않고 계속되는 공연)으로 공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고 홍보하는 뮤지컬이 몇몇 있었지만, 국내에서 흥행한 뒤 건너가 단발적으로 공연하고 돌아온 공연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은 ‘K뮤지컬’의 해외 진출 수준을 한 단계 ‘레벨 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험 공연서 현지 언론·관객 호평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오는 3월 29일 프리뷰를 거쳐 4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개막한다고 17일 밝혔다. 브로드웨이 시어터는 ‘뮤지컬의 메카’로 꼽히는 브로드웨이에서 두 번째로 큰 극장으로, 좌석 규모가 1700석에 달하는 대극장이다. 세계적인 뮤지컬 ‘미스사이공’ ‘레미제라블’ 등이 공연된 곳이기도 하다.이 작품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대공황이 시작되기 직전 당시 사회상을 섬세하게 반영해 인간의 꿈과 사랑, 욕망 등을 그렸다. 가장 ‘미국적’인 소설이자, 미국인이 즐겨 읽는 고전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10~11월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연 트라이아웃 공연(시험 공연)에서도 현지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정교한 조명과 눈부신 의상이 매혹적”이란 평을 내놨고, 브로드웨이월드는 “미국 뮤지컬 공연계의 기념비적인 새로운 작품이 될 운명”이라고 극찬했다. 당시 1200석 객석이 전 회차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내 제작사가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주요 공연장에서 오픈런으로 개막하는 건 사실상 최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통상 리드 프로듀서와 공동 프로듀서로 구성된 제작진이 함께 투자·제작해 공연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과거 국내 제작사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은 있었지만 리드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전부터 브로드웨이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려왔지만 현지 리드 프로듀서의 주도하에 함께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번에는 단독으로 작품의 모든 기획·제작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과거 뮤지컬 ‘홀러 이프 유 히어 미’ ‘닥터 지바고’ 등에 공동 프로듀서로서 참여했다.

○이벤트성 공연 넘어 ‘진정한 해외 진출’

‘위대한 개츠비’의 브로드웨이 입성은 K뮤지컬의 해외 진출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회성 공연을 넘어 캐스팅부터 제작까지 현지에서 이뤄진 진정한 의미의 해외 진출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명성황후’ ‘영웅’ 등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적이 있지만, 모두 한국 배우들이 건너가 한국어로 단기간 공연하는 데 그쳤다.

이번엔 브로드웨이에서 활약 중인 현지 배우 등을 캐스팅해 완벽한 ‘현지화’를 추구했다. 주인공 개츠비와 뷰캐넌 역에 각각 배우 제러미 조던과 에바 노블자다를 캐스팅했다. 두 배우 모두 뮤지컬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 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현지에서 활약 중인 스타들이다.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한국에서 완성된 작품을 해외에서 공연만 하고 돌아와서 ‘브로드웨이 진출’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해외 진출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작품은 우리가 오리지널리티와 저작권을 보유한 뮤지컬을 현지에서 제작한다는 점에서 K뮤지컬의 생명력을 더하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구교범/신연수 기자 gugyobe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