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서 가장 중요한 것은…6년만에 '인성'이 '수능' 앞섰다

'정순신 아들 학폭'·교권침해 논란에 '인성'이 중요하단 응답자 많아져
성인 절반은 학생들 인성에 "부정적이다" 평가
학생 삶의 질, 5점 만점에 2.8점…학교 올라갈수록 하락
우리나라 성인들은 대입 전형 요소 가운데 '인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에는 '수능 점수'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성인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과 교권 침해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인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교 학생들의 인성 수준에 대해 응답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10명 중 6명은 교권 침해와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런 내용이 담긴 '교육 여론조사(KEDI POLL 2023)'를 17일 공개했다.

이 조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1999년부터 우리나라 교육과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매년 시행해온 조사다. 지난해 조사에는 작년 7월 31일부터 8월 17일까지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의 전국 성인남녀 4천명이 참여했다.
◇ 대입서 수능 중요도 3위…대신 '인성'이 1위로 올라
대입 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사항으로 성인 남녀들은 '인성 및 봉사활동'(27.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뒤를 '특기·적성'(26.0%), '수능'(25.4%), '고교내신 성적'(18.7%) 순으로 이었다. '수능'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위로 뽑혔으나 6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인성 및 봉사활동'이 1위로 선정된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지난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수능 점수를 100% 반영하는 정시모집을 통해 서울대로 진학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심각한 교권 침해로 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른 것도 이러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조사 대상을 초·중·고 학부모로 좁혀보면 '특기·적성'(32.8%)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다음이 '수능'(23.7%), '인성 및 봉사활동'(21.8%) 순이었다.

대학생 학부모 대상에서도 '수능'(28.8%), '특기·적성'(24.7%), '인성·봉사활동'(24.7%) 순이었다.
◇ 교권 침해 원인 1위는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교를 평가한다면 어떤 성적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가장 많은 46.0%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부정적'이라는 응답도 41.8%에 달했고,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2.2%에 그쳤다.

초·중·고 교사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신뢰 정도는 '보통'이라는 응답이 48.3%로 가장 높았다.

'긍정적'은 32.7%, '부정적'은 19.1%였다.

학생이나 학생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정도에 대해서는 62.5%가 '심각하다'고 봤다.

'심각하지 않다'는 답은 10.1%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에서 촉발된 교권 침해 논란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활동 침해 심각도를 5점 척도로 환산하면 3.78점으로 조사됐다.

2021년(3.39점), 2022년(3.61점) 등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교육활동 침해가 심각한 이유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9.6%가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첫손으로 꼽았다.

2위는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학생 및 보호자의 인식 부족'(22.7%), 3위는 '학교 교육이나 교원에 대한 학생 및 보호자의 불신'(17.2%)이었다.
◇ 학생 인성 수준, 절반이 '부정적' 평가…"학교폭력 처벌 강화해야"
우리나라 초·중·고교 전반적인 학생의 인성 수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5.9%에 달했다.

특히 중학생 인성은 54.3%, 고등학생은 52.5%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초등학생 인성과 관련해선 42.8%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초·중·고 학교폭력의 심각성 정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9.9%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중학교에선 이 비율이 65.5%까지 치솟았다.

고등학교는 64.2%, 초등학교는 45.9%로 조사됐다.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는 '가정교육의 부재'(37.4%)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그다음은 '학교의 학생 지도 부족'(24.0%)이 꼽혔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대상으로 '처벌 조치가 엄격해져야 한다'는 의견에는 60.6%가 동의했다.

'화해와 선도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19.5%에 머물렀다.
◇ 고등학생 학부모 76% "사교육 부담 크다"…"교육 양극화 심각"
사교육 지출 비용에 대한 질문에는 초등학생 학부모의 59.0%, 중학생 학부모 76%, 고등학생 76.6%가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자녀가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하다'는 문항에 대해 유치원 자녀를 둔 경우 43.8%,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42.0%가 '그렇다'고 답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경우엔 49.0%, 고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61.9%가 동의했다.

'자녀가 사교육에 의존하고 스스로 공부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유치원 자녀를 둔 경우 34.8%, 초등학생 42.0%, 중학생 54.6%, 고등학생 56.5%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문항에서도 유치원 자녀를 둔 경우 34.3%, 초등학생 37.8%, 중학생 46.9%, 고등학생 45.3%가 동의했다.

초·중·고교 학생들의 삶의 질(행복) 수준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8.0%가 '보통'이라고 평가했다.

5점 척도로 환산하면 2.79점으로, 1년 전보다 0.05점 하락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2.96점, 중학교 2.68점, 고등학교 2.48점이었다.

성인들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는 셈이다.

교육 분야 양극화에 대해 '심각함'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8.8%에 달했다. '보통'은 28.2%에 머물렀고, '심각하지 않음'은 불과 3.1%였다.

/연합뉴스